뛸 주식 내릴 주식, 카드사는 미리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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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매 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되면 주식시장은 요동친다. 깜짝 실적을 낸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거나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한다.

기업체 카드 매출 실시간 집계하면
주식 가격 방향성 가늠에 도움
비씨카드, 빅데이터 활용 첫 서비스

만약 기업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실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빅데이터의 활용이 이를 어느 정도 가능케 할 전망이다.

비씨카드는 카드 매출실적 정보를 투자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올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전체 1753개 상장사 중 어느 곳의 카드 매출 실적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에 제공하게 된다. 이를 위해 비씨카드는 지난 3월 정보단말서비스를 운영하는 코스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기업의 실적 추이를 매달 실시간으로 볼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제공할 카드매출 데이터는 바로 그 전달 실적을 시차 없이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한 참고차료가 될 겁니다.”

장석호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주가 예측에 카드 매출 정보가 도움된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민간소비 지출 중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82.6%에 달한다(한국은행). 카드사의 매출 정보가 기업 실적을 설명하기에 유의미한 이유다.

다만 비씨카드는 카드실적 정보를 개별 기업이 아닌 세부 업종별로 분류해 발표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경력자를 영입해 이 작업을 맡겼다. 시작은 B2B(기업 간 거래)이지만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카드사 빅데이터를 금융투자 정보로 활용하는 사례는 비씨카드가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투자업계엔 신문기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키워드 또는 시장심리지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선보였다.

상장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류해 제공하는 식이다. 시장에 나도는 소문과 경제 주체의 심리가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데서 착안했다.

미국엔 빅데이터를 가공해 금융투자업체에 유료로 제공하는 전문 스타트업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싱크넘(Thingknum)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와 앱에 대한 평가글, SNS 팔로어 수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제공한다. 아이센티엄(iSENTIUM)은 트레이더·투자자·시장논객의 트위터 게시글 100만 개를 매일 분석해 종목별 투자심리 지표를 낸다.

최근 빅데이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정비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금융투자 관련 빅데이터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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