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공전땐 농성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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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성환의원 (신민) 의 대통령과 관련 발언에 대한 민정당의원들의 항의로 개회20분만에 정회된 3일의 국회내무위는 여야의 버티기 경쟁끝에 결국 자정을 넘겨 자동유회.
미문화원사건을 우선 다루기로 했던 이날 내무위에서 유의원은 며칠전에 있었던 정석모 내무장관의 답변 부실과 경찰의 일방적 수사방향을 짚고 넘어가다 『장관소관은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하고는 국가위기시의 미국대통령의 처신을 인용하면시 대통령의 동정에 관해 언급.
유의원은 미처 여당의원들이 반응을 나타내지 못하는 새에 『박정희대통령 시절엔…』 운운하며 저돌적 발언을 퍼부었다.
민정당의 이춘구·허청일·조남조· 안영화의원등이 책상을 치며 『모독발언이다』 『취소하라』『중단하라』 고 아우성을 치자, 유의원은 『이것은 내 소신 발언이다. 내 말이 틀렸으면 내 가슴에 권총을 쏘아라』 고 오히려 공격태세.
이에 민정당의원들이 다시 들고 일어나자 권정달위원장은 정회를 선포.
흥분상태로 위원장실과 소회의실로 각기 나둬 들어간 민정당측과 신민당측은 계속 후퇴없는 자기입장만 내세워 결국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민정당측의 『사과· 취소하라. 속기록도 삭제한다』 는 요구에 신민당은 『뭐가 문제냐. 회의를 열어 따져보자』 는 응수를 거듭. 권정달위원장이 『없던 것으로 하고 속기록을 삭제하겠다』는 최종 타협안을 냈지만 유의원은 『직권으로 삭제하면 몰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모독하려한 의사도 없이 충정으로 한 발언인데 무엇을 사과하고 없던 일로 하는가』 고 완강히 거부.
이날 상황은 야당의원들이 오히려 회의실에 나와 대기중인 여당의원에게 회의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과거와는 상반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여야 의원들은 서로 버티기는 하면서도 간간이 다와 과일을 함께 나누였고 밤11시쯤 함께 컵라면을 나눠먹기도 했다.
정회가 3∼4시간 지나며 어차피 타협의 기미가 없음을 눈치챈 양측 의원들은 『차라리 산회선포를 하는 것이 어떠냐』 는 얘기도 꺼냈으나 그럴경우 회의를 포기했다는 명분에 몰릴 것을 우려한 탓인지 정식으로 요구는 하지않아 마라톤 정회끝에 자정을 넘겨 자동 유회되는 코스를 택했다.
이날 신민당소속 초선의원들의 과잉반응읕 말리는 입장이었던 박용만의원 (신민) 도 나중엔 지쳤는지 『민정당이 계속 이렇게 회의를 공전시키면 4일부터는 이불을 갖고 나와 농성을 하겠다』 고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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