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회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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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입법기구인 최고인민회의가 남북국회회담을 제의한데 대해 우리 국회가 초당적 합의를 거쳐 이를 환영하는 회신을 보냄으로써 또 하나의 남북대화가 열리게 될 것 같다.
북한은 지난4월9일 우리국회에 서한을 보내 남북간의 상호불가침 공동선언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이에대한 회신에서 우리 국회는 불가침 선언문제는 행정부소관이라고 전제한 다음 의회회담에서는 통일헌법 제정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문제와 통일기반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국회는 그 절차문제를 협의키 위한 쌍방 5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실무회담을 7월중 판문점에서 열것을 요구했다.
삼권분립을 대전제로 하고있는 오늘날 의회의 고유기능은 법률의 제정과 조약의 비준에 있다.
공산국의 헌법도 문안상으로는 이원칙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불가침선언을 토의대상에서 제외한 국회의 회신은 합리적인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통일헌법제정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남북이 아직 합의된 통일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국회회담에 기대하는 것은 대화의 확대를 통한 통일 기반 조성이다.
지금 남북사이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쟁방지를 통한 평화정착과 대화를 통한 기능분야 문제의 해결이다. 기능분야 문제를 해결키 위해서는 지금 경제회담과 적십자회담이 열려있지만 전쟁방지를 위해서는 아직 대화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전쟁방지는 의회협원이 아니라 행정부 고위층의 접촉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리가 남북적십자회담이나 총리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동·서독의 접근은 서독과 소련사이의 관계개선과 함께 동·서독간의 수상회담으로 시작됐다. 즉 69년12월에 서독과 소련이 접촉을 개시하고 70년3월에 제1차 양독수상회담이 열렸던 것이다. 동·서독간에는 아직 의회회담은 갖지 않고있다.
우리는 남북 국회회담이 현재 진행중인 경제·적십자회담의 성공에 기여하는 환경을 이루어 주고 남북 행정부간의 고위회담을 성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쌍방제의가 결실되어 의회회담이 열리면 상반된 두 체제의 정치양상이 좋은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의회를 포함하여 공산체제의 회의에는 열띤 토론은 없다. 핵심 권력층이 결정한 것을 수정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상례다.
그래서 공산주의회의는 『정중히 경청하고 열렬히 박수치는 요식행위』라고 말한다. 토론과 협상을 거쳐 성장한 우리국회와는 전혀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다.
지난 총선이후의 우리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여 북한은 대화공세를 계속 피울것이 예상된다. 국회회담도 변화된 우리 국회 내 판도를 고려해서 제의해 봤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의 장점을 살려 북한과의 대화를 더욱 적극화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의회내의 각정파와· 행정부,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층사이에 자유스럽고도 긴밀한 협의가 전제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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