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 받으려고 난폭운전 생중계…BJ들 어디까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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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방송진행자 배모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아우디 승용차를 바짝 쫓아 달리고 있다. 배씨가 난폭운전을 하는 모습은 지인의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인터넷에 방송됐다. [사진 구로경찰서 제공영상 캡처]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상대로 난폭운전을 하면서 이를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외제차와 속도 경쟁하는 과정을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로 방송한 BJ(방송진행자) 배모(3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달 1일 오후 11시 20분쯤 서울 상암동 강변북로에서 앞서 가던 아우디 승용차를 바짝 쫓으며 5.5km 가량을 달렸다. 과속을 하는 차량 옆에서 ‘칼치기(급격한 진로변경)’와 지그재그 운전 등을 했다. 자신이 자극하면 해당 외제차 운전자가 이에 반응해 ‘레이싱’을 벌일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배씨는 사전에 레이싱 생중계 방송을 계획하고 지인을 통해 자신의 차량을 뒤에서 찍게 했다. 아우디 차량이 배씨의 도발에 반응하지 않고 나들목으로 빠져나가 레이싱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배씨가 목표 차량을 자극하는 과정은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을 탔다.

경찰조사에서 배씨는 “외제차 동호회 회원들이 재미있어할 방송을 하고 별풍선을 받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 시청자들이 BJ에게 주는 시청료 개념의 선물이다. 풍선 하나당 가격은 100원이고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다. 한두개 쏘아주는 시청자에겐 큰 부담이 없지만 수백 명으로부터 여러개씩 받을 경우 BJ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TV의 일부 유명 BJ는 억대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풍선은 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장면에서 쏟아진다. 이를 노리고 동물학대나 음란행위 등 기행(奇行)을 벌이는 BJ들이 늘고 있어 경찰이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다. 배씨의 난폭운전 생중계도 아프리카TV를 모니터링하던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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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행사에서 발언하며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은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한편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는 지난달 29일 사내 행사에서 사원 및 BJ들에게 “여러분은 소중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며 “절대 기죽지 말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방송의 선정성 문제를 꼬집는 언론을 겨냥해 “X까라 XX놈들”이라며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해당 발언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회사의 대표로서 처신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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