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문학」민족동질성 창출이 과제|「6·25」35주맞아 문인초대 기획좌담 『한국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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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문학은 민족동질성의 추구와 그 의식의 확대, 통일염원을 지향하는 분단의식의 극복노력이라는 인식아래서 쓰여져야 한다. 그렇게 될때 역사적으로 발생한 참담한 아픔이나 비극이 문학작품을 통한 감동적 승화를 거쳐 치유, 극복될 수 있다는 문인들의 의식이 커져가고 있다. 6·25 35주년을 맞아 한국문학 6월호는 시인 구상씨, 평론가 김우종·김시태씨, 소설가 박완서·조정래·이문열씨등이 참석한 기획좌담을 마련,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분단의 아픔과 비극 극복|같은 핏줄의 "만남"등 통일염원 지향을|흑백논리탈피할 작가정신도 필요
좌담에서 조정래씨는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이나 사회의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인식되어야 할 6·25문학에 대한 공통점은 민족동질성 추구, 통일염원 지향의 분단의식 극복노력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우종씨는 『6·25전쟁문학에서 민족통일을 위한 민족끼리의 만남을 의지적으로 표현해 내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그 의지의 표현은 이즘과 정치상황을 뛰어넘는 것이며 그러한 접근이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하더라도 그 어려움이 바로 어느 시대 작가에나 주어지는 고통스러운 임무의 하나일 것』 이라고 말했다.
김시태씨는 6·25가 단순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와의 대결이 아니라 우리 민족분단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객관적 사고의 안목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폈다. 박완서씨는 이에 대해 『문학이 6·25를 흑백논리로 그리는 것에서는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겠지만 핏줄이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작품으로 나타내야 한다.
6·25 당시 인간적인 잘못이 많이 저질러질 수 있었다는 포용성을 가진 작품들이 차차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그러한 노력들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상씨는 『현실적 장벽은 감안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생철학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작가나 시인들이 굳이 시대적 상황의 제한때문에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처참하고 비극적인 현실 경험속에 가장 드높은 꿈이 탄생된다고 보기 때문에 작가·시인들이 자기안에 그런 주제를 가지고 오뇌한다면 그에 비례하는 작품이 인문·자연과학과는 다른 직관에 의해 창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에 의해 단순 소박한 적개심이나 증오심으로 동족상잔을 긍정할 수 없다는 인식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구씨는 안장현씨의 『전쟁』, 조지훈씨의 『역사앞에서』 등을 들었다.
이문열씨는 자신이 『영웅시대』를 쓰면서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하고 『지금의 상황으로도 객관화는 어려운 것 같다. 정치·사회적조건 이외에도 이해당사자들이 남아있어 조사를 해도 전부 쓰지 못하고 실제조사와 작술과는 다르게 된다』는 애로점을 말했다.
김우종씨는『6·25를 파악하는데 전체적·종합적인 판단의 눈을 갖추어야 하며 지엽적이거나 편파적인 눈을 가지고 민족적 비극의 근원을 파악할 수 없다』고 들고 『그를 위해 역사관의 확립, 역사의식의 정립이 필요하며 그 위에서 어느 정도 시대를 앞서가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60년대 후반 신동엽시인이 보여주었던 면모가 그 예가 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6·25문학의 궁극적인 방향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생겨난 비극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다시 만나야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그런 작품의 영향으로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나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뭔가 한 걸음 앞서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 1백년후에 던져질 역사적 질문의 핵심이 당신들은 왜 민족을 분단시켰는가, 이데올로기가 민족을 분단시킬 만큼 중요한 것이었던가 하는 것이라고 할때 거기에 답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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