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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페르시아 실크로드’ 야망…가는 곳마다 “한국이 투자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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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원장 김성귀)이 지난달 23~24일 이란의 ‘경제수도’ 이스파한, 그리고 수도 테헤란에서 개최한 ‘2016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은 대성황이었다.

테헤란·이스파한 르포
아프리카·중앙아·유럽 연결 구상
연 8% 성장, 산업국가 도약 목표

이스파한에선 한국과 교역을 희망하는 무역업자들은 물론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국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젊은 창업 희망자까지 몰렸다. 테헤란에선 이란 물류 인프라 개발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희망하는 해운·항만 관계자들로 붐볐다.

핵 개발을 포기하면서 지난 1월 유엔 제재가 풀린 이란 현지는 희망에 부푼 모습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은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었다. 25일 테헤란 현지에서 만난 알리 타예브니아(56) 이란 경제재정장관은 “연 8%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은 한국 경제가 그런 이란을 상대로 기회를 얻기 위한 포석이다. 이란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은 있으나 시장 확보에 한계를 느끼는 조선·해운·건설·자동차 등 재래식 산업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 문제는 경제 교류를 둘러싼 한국과 이란의 온도 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선박·자동차·가전제품을 팔고, 현지 항만 왕래를 강화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상당수 이란인들은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장차 한국과 같은 고도 산업국가로 가겠다는 꿈이다.

이스파한대 기업가 정신학과(경영학과에 해당)의 모하마드 바르자니 교수는 “이란 인구의 60%는 30세 이하 청년으로, 이들은 대부분 무상에 가까운 교육 혜택을 입어 과학과 기술을 제대로 공부한 우수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유엔 제재 등으로 경제가 침체하자 젊은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됐다”며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지식기반의 고도기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이란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투자’였다. 테헤란의 사립대학인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의 압바스 아랍마자르 교수는 “MENA(중동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캅카스 지역으로 이어지는 길목인 이란에 투자하면 인구 8000만 명의 이란은 물론 총 4억 명에 이르는 주변 지역에서 쉽게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동 물류 허브의 꿈도 숨기지 않았다.

타예브니아 장관은 “이란 동남부의 반다르 압바스와 차바하르를 거쳐 북부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내륙 교통망이 완성되면 아시아 산업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중동은 물론 중앙아시아·유럽·인도까지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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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파한대 국제경제소장인 코마일 타예비 교수는 “이란은 야망이 있는 나라”라며 “유엔 제재 해제를 계기로 오일달러에다 그간 양성한 과학·기술·통상 인력, 지정학적 위치 등 나라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의 새로운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계 인사들이 동행했다. 하지만 정작 이란이 원하는 과학기술계·벤처업계·보건의료계·교육연구계 인사들은 적었다.

테헤란·이스파한=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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