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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언 옥바라지로 75억 받은 직원…“27억 세금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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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회사 대주주의 옥바라지를 해주고 받은 75억원은 사례금일까, 아니면 업무에 준하는 용역 제공의 대가일까. 법원은 사례금이라고 보고 소득세 27억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15개월간 변호인 연락, 탄원서 취합
법원 “인적용역 아닌 사례금” 판결

2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우정보시스템즈의 평범한 구매팀장이던 이모씨에게 행운이 돌아온 건 2008년 3월이다.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대주주이자 고 김대중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던 무기중개상 조풍언(2014년 작고)씨가 2005년 대검 중수부(현 반부패수사부)가 수사에 착수한 이른바 ‘대우그룹 구명로비 사건’의 소나기를 피해 도피했다가 귀국하면서다.

조씨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으로부터 4430만 달러(약 526억원)를 받고 대우그룹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조씨는 정·관계 로비를 벌인 혐의( 알선수재 등)로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조씨 귀국 이후 1, 2심 판결이 날 때까지 1년3개월간 ‘옥중 수발’을 들었다. 수감된 조씨와 가족·변호인 간 연락책을 자임하고 조씨의 구치소 생활 편의, 의료 관련 업무 등을 챙겼다. 조씨의 지인들에게서 탄원서를 모으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조씨는 2009년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항소심 선고를 닷새 앞둔 그해 6월 보은한다며 ‘대우정보시스템즈 주식 215만7900여 주(전체의 35%)를 이씨에게 양도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해줬다.

하지만 이후 조씨는 “주식 양도 합의서는 약물치료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잘못 작성해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분쟁이 생겼다. 주권 양도 소송 등 2년간의 소송전 끝에 조씨가 이씨에게 주식 대신 75억원을 주는 화해권고 결정이 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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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포세무서는 이씨에게 “조씨로부터 받은 사례금 에 대한 종합소득세 26억9079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이씨는 “75억원은 ‘변호사 등 업무에 준하는 전문성과 특수성을 갖춘 인적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이씨가 한 업무는 옥바라지에 불과하다. 종합소득세를 매긴 것은 정당하다”고 최근 판결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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