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본 기행] 노벨상 받은 고시바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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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도쿄대 고시바 마사토시(小紫昌俊.77.사진)명예교수는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의욕을 갖고 기초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정열을 불태우는 것을 보면 일본의 미래가 매우 밝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도쿄 혼고(本鄕)에 있는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일본은 기술로 성장했지만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기술 경쟁력은 길게 봐야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미래는 어둡지 않다. 국가 경쟁력과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연구나 기술은 10~20년간 꾸준히 투자해야 나오기 때문이다. 예로 전자를 처음 발견했을 때 아무도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50년이 지나자 거대한 전자산업이 일었다. 그런 후보 중의 하나가 소립자(素粒子)다. 가미오카라는 시골에 세운 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물리학 실험실이 있는데 세계 물리학계에서 '소립자 분야 실험을 하려면 가미오카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미국인 등 외국인 물리학자만 1백30여명이 연구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기술경쟁력이다. 뇌나 지놈 연구에서도 일본은 깊이가 있다."

-일본의 미래가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에 달렸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떤 경제학자가 '일본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겠습니까'라고 묻기에 '자원이 거의 없으므로 컴퓨터 같이 머리로 승부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노테크나 정보기술산업 등 자원 대신 머리를 써서 하는 모노즈쿠리를 해나가는 것이 일본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선 이공계, 특히 이 분야 연구자의 인기가 낮다.

"이공계 연구자 생활은 수입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성취감은 남다르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분야가 아닌가. 따라서 연구자들은 대우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정말 한번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마음 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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