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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아픈 GK 전상욱 위해…프로축구 성남의 훈훈했던 응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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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1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8라운드 경기가 열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프로축구 성남 FC 선수들은 한 선수를 위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선수는 팀의 베테랑 골키퍼 전상욱(37). 골을 넣을 때마다 선수들은 전상욱을 향해 달려갔고, 팀 승리까지 일궈냈다. 그리고 팬들은 전상욱의 이름 석 자를 힘껏 외쳤다.

최근 3경기에서 2무1패로 주춤했던 성남은 이날 치른 광주 FC와 경기에서 티아고(23), 황의조(24)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성남의 승리는 승점 3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팀의 일원이 아픈데 선수들이 더 뛰었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날 성남 선수, 코칭스태프들이 그토록 승리를 원했던 건 전상욱이 이날 경기까지 뛰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상욱은 2005년 프로에 입문한 뒤, 2010~12년 부산에서 뛴 걸 제외하곤 성남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해온 베테랑 골키퍼다. 그러나 최근 개인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져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전상욱의 이같은 결정을 존중하기로 결정한 김 감독은 "축구 선배로서 대신 아파줄 수 없는 상황이다. 빨리 완쾌해서 돌아왔으면 한다"며 격려했다.

이날 성남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전상욱의 쾌유를 빌었다. 경기 전, 성남 팬들은 전상욱의 쾌유를 기원하는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걸어 응원했다. 구단도 경기 전 전상욱과 딸의 시축 이벤트를 진행해 힘을 실어줬다.

비록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전상욱은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트랙에서 몸을 풀며 김 감독의 출격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사력을 다해 뛴 성남 선수들은 후반 15분 티아고의 선제골, 후반 35분 황의조의 추가골이 나오자 바깥에서 몸을 풀고 있던 전상욱을 향해 뛰어가 응원하는 골 세리머니도 했다.

결국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 감독은 후반 추가 시간에 주전 골키퍼 김동준 대신 전상욱을 투입시켰다. 김 감독은 "대신 아파줄 수 없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마지막 옷을 입고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투입 결정이) 잘못되더라도 내 탓으로 돌리려고 했는데 선수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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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왼쪽)을 향해 달려가 쾌유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성남 선수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를 마친 뒤 성남 선수들은 서포터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 만세삼창을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자 서포터들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전상욱이 쾌유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응원했다.

성남=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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