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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 뚫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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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호 1 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이란 방문길에 올랐다.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1962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이다.


이란의 핵 포기 선언으로 올 1월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이란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란이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이란 순방을 통해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고 시장을 선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알리 타예브니아 이란 경제재정장관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경제 발전 프로그램에 15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통령의 방문은 이런 협의를 마무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타예브니아 장관은 또 “한국은 경제 규모도 크고 기술력도 높은 데다 상당한 수준의 자금력도 있다”며 “석유와 가스·석유화학·자동차·가전·조선·보건의료 등이 유익한 협력 분야”라고 말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연 8% 성장을 목표로 경제개발종합계획을 수립,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교통 등 인프라 투자와 정유·철강 등 산업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타예브니아 장관은 “이란의 자동차산업은 주목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과 이란 기업의 합작이 주요 발전 분야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와 함께 이란을 ‘제2 중동붐’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다듬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포스트 오일시대에 대비해 산업 다변화를 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술·서비스·문화 등에 대한 협력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는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때 동행했던 사절단(166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한다.


한편 박 대통령은 2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도 면담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비(非)무슬림 여성 정상의 첫 방문이기도 해 이란 내 관심도 크다고 한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석유 부문에만 국한됐던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수력발전·농업·제조업 등으로 확대·다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과 협력관계였던 이란과 핵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핵 개발에 대한 명분을 약화시키는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귀국한다.


▶관계기사 4~5, 32면


테헤란=채인택 논설위원, 서울=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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