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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서 임금님처럼 먹고 자고 구경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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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호 30면

궁궐 문이 활짝 열렸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종묘에서 개최하는 ‘제 2회 궁중문화축전’이다. 29일 오후 7시 30분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펼쳐지는 개막제를 시작으로 궐에 따라 밤 10시까지 총 33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지난해보다 현장 체험 행사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궁궐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고궁문화체험’(8일까지 경복궁 함화당·집경당)의 경우 홈페이지 공지 10분 만에 매진됐다.


◇종묘대제 =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한국인은 종묘를 갖고 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건축적 미학은 물론 그 정신적 스케일에 반했다는 얘기다.


‘종묘대제(宗廟大祭)’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의 정전과 영녕전에서 왕이 직접 거행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고,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역시 2001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2008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명칭변경)에 선정됐다.


1일 오전 10시 영녕전 제향을 시작으로 어가행렬(오전 11시~12시, 광화문→세종로사거리→종로 1·2·3가→종묘)에 이어 본 행사인 정전 제향(오후 2시~4시 30분)이 거행된다.


영녕전은 종묘 관람시간 동안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정전은 엄숙한 제향 준비를 위해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개방해 준비된 관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정전 제향 직후에는 관람객들이 정전 내 신실(神室)을 관람할 수 있는 시간(오후 4시 30분~5시)이 별도로 마련된다. 종묘와 종묘제례가 왜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됐는지, 한국인으로서 한번쯤은 봐둘 필요가 있다.

◇경복궁 소주방의 ‘수라간 시·식·공·감’= 경복궁 소주방(燒廚房)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와 궁중의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궁중의 부엌. 경복궁 창건 이후 건립돼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고종 2년(1865) 경복궁 재건 시 다시 지어졌으나 일제 강점기인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가 개최되면서 여러 전각들과 함께 헐려 없어졌다. 지난해 복원을 통해 100년 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8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궁중음식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식기문화 전시를 보고 국악 독주 공연을 들으며 즐길 수 있다. 사전예약이 전석 매진된 관계로 현장 판매만 가능하다. 외소주방 운영 시간은 점심이 낮 12시부터 2시, 저녁이 오후 7시부터 9시다. 12첩 반상을 모티브로 12가지 찬이 4단 합 속에 담겨 나오는 도슭 수라상(2만원)과 밥과 비빔밥용 나물이 3단 합에 담겨 나오는 골동반 동고리(1만5000원?사진1) 두 종류가 있다. 국악 공연은 하루 4회(낮 12시 20분·오후 1시 20분·오후 7시 20분·밤 10시 20분) 무료로 열린다.


생물방에서는 다과체험을 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1부(오전 11시~오후 5시)와 2부(오후 7시~오후 9시)로 나뉘며 한과와 화전(5000원), 전통차(5000원)가 나온다.

◇흥례문 미디어 파사드 = 흥례문(興禮門)은 광화문(光化門)과 근정문(勤政門) 사이에 있는 경복궁의 중문(中門)으로 2층 목조건물이다. 이 흥례문을 중심으로 좌우 벽면을 영상을 쏘아 장식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가 8일까지 펼쳐진다. ‘빛을 발(發)하다’라는 제목의 8분짜리 영상이다.(사진2)


지난해 덕수궁 석조전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미디어 아티스트 김형수 교수(연세대)는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미디어 파사드는 예술을 갤러리나 미술관만이 아닌 자연환경 속 일상 공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전체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서울의 풍광이 빛으로 바뀌면서 환상적인 모습으로 궁궐 외벽에 투사된다.


이밖에 고종 즉위 30주년과 41세 생신 기념 궁중잔치를 재현한 ‘1892, 왕의 잔치’(5~7일 경복궁 근정전), 문예 군주 정조를 통해 왕실의 예술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정조, 창경궁에 산다-서화취미’(8일까지 창경궁 영춘헌·집복헌), 한방의술을 체험하는 ‘왕실 내의원 체험-어의 허준을 만나다’(5~8일 창덕궁 성정각), 서양 음악을 소재로 역사를 담아낸 ‘덕수궁 근대 음악회’(5~7일 덕수궁 중화문) 등이 눈길을 끈다. 자세한 사항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www.royalculturefestiva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 사진 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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