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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외교] 안보법 시행으로 일본 자위대 충격 변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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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실험·중국의 남중국해 매립사업이 안보법 출현의 기폭제… 한국군과는 불신관계 여전, 한일 군사동맹은 아직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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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를 넓히는 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 5000명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구호가 쓰인 팻말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3월 29일 일본에서 안전보장 관련법이 시행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일본의 방위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날 한 방위청 관계자에게 코멘트를 요구하자 그는 이같이 즉답했다.

‘특별공무원’에서 ‘전투원’ 됐다

“이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이번 조치는 100% 중국에 대한 대책이다. 지금부터는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으로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아시아의 바다를 지켜나갈 것이다. 본거지가 되는 곳은 육군의 아사카(朝霞) 주둔지, 해군의 요코스카(?須賀) 기지, 공군의 요코타(?田) 기지다. 우리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안전보장 관련법은 흔히 ‘10+1’이라 불린다. 기존 법률 10건을 개정하고 1건의 새로운 법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은 자위대법·주변사태법·선박검사활동법·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무력공격사태법·미군행동관련조치법·특정공공시설이용법·해상수송 규제법·포로취급법·국가안전보장회의(NSC)설치법 등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추가된 새로운 법은 국제평화지원법이다.

각각의 법률은 대단히 복잡하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전쟁할 수 없는 자위대’가 ‘전쟁할 수 있는 자위대’로 변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무력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① 일본인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되는 긴급사태, ② 그 외의 방법이 없을 경우, ③ 필요 최저한의 범위 내, 라는 3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에 대한 판단은 모두 애매해서 아베 신조 총리가 자의적으로 안보법을 적용해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명령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일본은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일본국 헌법’을 지켜왔다. 일본국 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와 무력보유 포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상 일본에 ‘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본의 군대는 ‘자위대’라고 부른다.

법률상으로도 자위대원은 ‘군인’이 아닌 ‘특별공무원’이다. 물론 일본은 한국과 같이 성인남성에게 병역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전원 자신의 의사로 입대한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닌 이유로 지금까지 실제 전투에 참가한 바 없으며 적에게 발포한 적도 없다. 물론 적군을 죽인 적도 없다.


l 일본은 왜 ‘전쟁법안’ 안보법을 찬성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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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쿄 이타바시(板橋)구를 행진하는 자위대 앞에서 ‘시가지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는 시민의 모습. 아베 정권의 안보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올해는 수십 명 규모로 감소했다.

일본은 1945년까지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이웃 국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지만 평화헌법을 통해 ‘평화국가’로서의 긍지를 지켜왔다. 이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지난해 5월 안보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단 4개월 만에 강행표결에 부쳤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은 ‘헌법위반’, ‘전쟁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나라가 둘로 나눠지는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2015년 9월 결국 문제의 법안이 가결되자 국회 내에서 여야 의원 간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연일 국회를 둘러싸고 “안보법 반대!”를 외쳤다.

이 광란의 상태로부터 고작 반년이 지났다. 지난 3월 29일 국회로 발길을 옮겨봤지만 이전과 같은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국회 주위에서는 아베 정권의 안보법을 반대하는 시민이 시위를 하고 있었지만 이전과는 달리 수십 명 규모에 불과했다.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자민당의 한 국회의원은 감개무량한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년 전 국회는 (안보법) 반대시위대로 가득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는 테러를 당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만큼 시위대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 조용해졌다.”

이 의원은 안보법 반대에 대한 시위대의 심경 변화의 원인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일본의 가장 큰 위협인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더니 잇따라 미사일을 날리는 등 이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결국 한국도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요격미사일)’의 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 있어서 또 하나의 위협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멋대로 매립사업을 진행시키면서 남중국해를 군사 요새화하려고 하고 있다. 남중국해가 일단락되면 그 다음은 동중국해에 눈을 돌릴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북한이 ‘거리의 양아치’라고 한다면 중국은 ‘야마구치 구미(일본 최대의 폭력단)’와 같은 존재라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많은 일본인이 그 점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반년 전과 같은 국민적인 반대운동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의원은 “요즘 지역구에 내려가보면 ‘북한과 중국의 위협으로 대항할 수 있는 법률이 정비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유권자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내 주위에서도 지난해 9월 국회앞 시위에 참가했다는 사람은 여러 명 있었지만 이번 시위에 참가한 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안보법이 화제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일본인에게 인기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와 카부키 배우 가타오카 아이노스케의 결혼이 훨씬 큰 뉴스다.

3월 14일 내각부는 흥미로운 여론 조사를 발표했다. 중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의식조사로 1978년 일중평화우호조약 체결이 이루어진 해부터 매년 진행해온 연례조사다.

이 여론 조사의 설문은 세 가지로 구성됐는데 다음과 같다. ① 중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는가 ② 중일 관계는 양호하다고 생각하는가 ③ 일본의 발전을 위해서 중국은 중요하고 생각하는가.

결과를 보면 질문①에 대해 “중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무려 83.2%에 달했다. 이는 1978년 이후 지난 38년 동안에 나온 수치 중 가장 높은 결과다. 질문 ②에 대해서도 “중일 관계는 양호하지 않다”라는 답변이 85.7%에 달했다. 반면 질문③에서는 “일본의 발전을 위해서 중국은 중요하다”라는 답변이 73.3%으로 나타났다.


l “미국에 의지하지 않고 자위대가 직접 대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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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수송함 ‘오스미’의 모습. 일본은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오스미에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싣고 히로시마의 구레 해상자위대 기지에서 오키나와로 향했다.

결국 지금의 일본인은 중국을 싫어하며 중일관계가 좋지 않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안보법의 시행은 사실상 일본인의 지향(志向)에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의 성립 과정의 실상을 살펴보면 일본인의 지향에 부합했기 보다는 미국정부의 지향에 부합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일본의 한 방위청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2012년 1월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의 미군의 전략지침인 ‘신국방전략’을 발표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에 가득 찬 내용이었다. 중국에 제1열도선을 빼앗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주변 우호국까지 동원해 모든 방책을 실시한다고 명시하면서 세계 도처의 미군을 서서히 철수시켜 나가겠다는 계획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즉 이제 ‘세계의 경찰’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이 방위청 관계자는 앞서 드러난 모순에 대해 직접 미국의 한 간부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당시 이 미국 간부는 그에게 “이제부터 북한의 위협에는 한국군이 대항하게 할 것이며 중국의 위협에는 일본 자위대가 대항하게 할 것이다. 그래도 곤란하게 될 때에는 미군이 괌, 하와이, 알래스카에서 가세해 도와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방위청 관계자는 “즉 자위대에는 두 가지 사항이 요구됐다. 첫째 미군과 완전히 일체화돼 중국의 ‘제1열도선’ 탈취 계획을 분쇄하는 것, 둘째 일본에 대한 위협에는 미군을 의지하지 않고 자위대가 직접 대처하라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 착수한 것이 바로 일본 안보법의 정비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제1열도선’이란 캄차카 반도, 일본 열도, 한국, 대만, 필리핀, 대순다 군도로 이어지는 남북 라인이다. 20세기 전반은 일본이 제1열도선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이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20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1열도선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왔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제1열도선을 탈환해야 한다”며 이를 인민해방군의 최대 목표로 내걸고 있다. 따라서 제1열도선에서 미국과 중국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됐다. 시진핑 중국주석은 2013년 6월 국가주석이 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부터 일관되게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 구축을 미국 측에 호소해왔다.

이 새로운 대국관계는 “앞으로 미국이 제1열도선의 안쪽에서 손을 떼고 이 지역의 관리를 중국이 맡았으면 한다”는 중국 측 요구의 현실화를 뜻한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실로 주체성 없는 것이었다. 2013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미중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을 소리 내어 읽으며 “중국의 평화적 발전을 환영한다”라고 중국을 안심시켰다.

뿐만 아니라 2014년 11월 베이징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는 중국에 맡기고 싶지만, 그 대신 주변 제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달라”고 양보의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시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가 불을 뿜고 있었기 때문에 동아시아까지 미처 손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l ‘제1열도선’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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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일본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집단자위권 법제화와 관련된 11개 안보법안 표결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민주당과 유신당 의원의 거센 항의 속에 자민당 하마다 야스카즈 위원장(浜田靖一·가운데)이 법안 통과를 발표하고 있다.

의기양양해진 중국은 남중국해 해상에서 매립을 가속화해 나갔다. 이에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자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이 국빈대우로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면전에서 매도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매립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미국은 ‘항행의 자유작전’을 감행하겠다”라고 통고했다. 국제해양법상 암초는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매립하고 있는 암초에서부터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12해리의 영역에 미군 함대를 파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게 바로 ‘항행의 자유작전’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걸쳐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매립을 진행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함을 파견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지만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미군 군함과 충돌을 일으키는 사태만은 피했다.

올해 들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져갔다. 제1열도선의 남측인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에 더해서 이번에는 북쪽인 한반도에서도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1월 6일 4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2월 7일 장거리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까지 감행했다.

북한의 도발에 이날 한국군과 미군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를 위한 교섭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사드는 명목상 ‘북한대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 포위망’ 구축을 뜻한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서도 ‘이란의 위협’을 구실 삼아 실제로는 ‘러시아 포위망’을 치기 위해 비슷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THAAD는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일까? 중국의 한 방위청 간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을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미군에는 ‘일시적인 사태 때문에 중요사항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항상 중국 문제가 북한 문제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다. 원래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강력히 요구해왔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는 박근혜 정권이 ‘사드 3원칙’이라는 구실을 대며 회피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이 정도로 큰 위협으로 다가오면 한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사항이 없어진다.”

특히 사드는 레이더를 넓게 잡지 않으면 요격미사일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미국이 이 점을 핑계로 레이더를 넓게 설정해 중국군의 동향을 캐치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방위청 간부는 “미국은 새로운 항공모함을 건조 중인 중국의 다롄 군항과 북해함대의 본대가 정박하고 있는 칭다오 군항을 집중 관측하고 싶어한다”며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1월 20일부터 약 22일에 걸쳐 야간에 은밀하게 14기의 F22 스텔스 전투기가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 중 10기가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 미군 기지로 향했고 2일 후 나머지 4기도 가데나 기지로 향했다. 이중 2기가 가데나 기지에서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로 날아갔다. 그러나 나머지에 12기는 행방이 불분명하다.”

무슨 뜻일까? 당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14기나 출동시킬 필요 없이 단 몇 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즉 나머지는 남중국해와 다롄 군항, 칭다오 군항 등의 정찰용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이 방위청 간부는 “항공모함 1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저 호위함 4척, 보급함 1척, 잠수함 2척이 필요하다. 미군으로서는 중국군의 최신 움직임을 파악해 두고 싶었기 때문에 한미합동 군사연습에 참가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C·스테니스’를 남중국해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합동 군사연습은 중국군을 제1열도선에서 몰아내겠다는 미국의 의사표시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제1열도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례로 1월 30일 미국 해군의 구축함 ‘커티스·윌버’가 남중국해의 시사군도(西沙諸島, 파라셀군도)의 트리돈섬(중국명 중젠다오)에서 3번째 ‘항행의 자유작전’을 실시했다.

이 사건은 중국으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같은 남중국해라고 해도 스프래틀리 군도는 매립이 시작된 이후 수년 동안 정치적으로 애매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미군의 진입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시사군도는 1974년 이후 중국이 완전히 실효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 미군이 나타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l 동아시아에서 본격화된 자위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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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베이징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의 모습. 당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아시아는 중국에 맡기고 싶지만, 그 대신 주변 제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과 일본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느 날 한국 독도의 12해리 이내 해역에 일본 자위대 구축함이 갑자기 들어온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 중국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상상되지 않는가?

당시 중국군은 2월 긴급히 시사군도에 사정 200㎞의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홍기9호’를 배치하면서 대항했다. 이어 사정 400㎞의 대함 순항미사일을 배치했다. 중국은 진지했다. 미국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음을 깨달았던 탓이다. 덕분에 한국군과 자위대도 가타부타 말도 못하고 제1열도선을 둘러싼 미·중의 각축전에 휘말려 들고 있다. 그렇다면 자위대는 어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일까? 일본 방위청의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안보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당장 표면상으로는 달라질 게 없다. 오는 5월 말 이세시마에서 선진국 정상회담(G7서밋)이 개최되고 7월 참의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G7서밋과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이목을 끄는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자위대는 이미 새로운 행동을 개시하고 있다.”

이 방위청 관계자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최근 일본이 최대 현안인 센카쿠 열도의 방위를 강화한 것이다. 항공자위대의 나하(那覇)기지에 센카쿠 열도 방위 부대인 ‘제9항공단’을 신설하고, F15전투기 40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또 요나쿠니(?那?)섬에는 레이더 감시원을 중심으로 자위대원 300명으로 구성된 정보수집 부대를 설치한다. 이렇게 해서 중국군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버린다. 최종적인 목표는 한국이 독도를 지키고 있는 형태와 비슷하게 센카쿠 열도를 방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자위대는 다음과 같은 해외 활동을 실시한다고 한다.

필리핀 작전 : 연습용 잠수함인 ‘오야시오’(디젤엔진 장착의 4000t급 잠수함)를 필리핀의 수빅기지에 파견한다. 일본과 필리핀의 협력을 연출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계기로 더불어 최신 잠수함 ‘소류형’(오야시오급의 계량형) 잠수함을 필리핀에 파견한다. 필리핀 정부와는 이미 합의돼 있다.

베트남 작전 : 베트남의 요충지인 캄란만이 3월 8일 국제항 개항 식전을 열었다. 이곳을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에 대항하는 항시적인 거점으로 만들어나간다. 우선 미국 해군이 사용하고 두 번째로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사용한다. 빠르면 4월 중 해상자위대의 호위함이 이곳을 방문한다. 베트남 정부와는 이미 합의돼 있다.

단 중국도 이에 재빨리 대응해 3월 하순 창완취안(常万全) 국방부장을 하노이에 파견, 베트남 측이 중국군 함대의 방문에도 동의하도록 만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작전 : 4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주변 해역에 잠수함 ‘하쿠류’(소류급 잠수함)를 파견해 공동훈련을 실시한다. 이 건은 미군의 중개로 실현됐다. 훈련의 목적은 첫째 중국군에 대항하기 위해, 둘째 일본제 잠수함을 오스트레일리아에 팔기 위한 퍼포먼스다.

자위대의 잠수함은 바깥 공기를 흡입하지 않아도 장기 운행할 수 있는 스털링 엔진을 사용해 대기 중에 있는 산소를 빨아들이는 흡기통(吸?筒)을 수상으로 내밀어 노출시킬 필요가 없으며, 고장력강(인장강도가 50kg/㎟이상) 기술을 보유한 세계 최신형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이 잠수함을 구입할 경우 일본과 미국, 호주가 완전히 일체화돼 중국군에 대항해 갈 수 있기 때문에 미국도 이를 강력히 백업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제 잠수함을 구입하면 국내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의회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의회에 의한 반대운동 배후에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위대의 역사는 2016년 3월 29일 전후로 달라졌다. 일종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7월 자위대의 아사카 기지 시찰을 다녀왔다. 도쿄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30분쯤 북쪽으로 달려가면 도쿄도와 사이타마현 경계에 위치한 아사카 기지, 이른바 도쿄의 수도방위군 기지에 도착한다.

당시 자위대 방문을 통해 놀랐던 점은 자위대 내부에 일본이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린 ‘일본만의 미덕’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람과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서로 큰 소리를 내서 인사한다든가, 식사 때 등을 똑바로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 묵묵히 먹는 모습이 그랬다. 당시 만나본 젊은 자위대원 대부분은 순수한 애국심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청년들이었다.


l “한국군과 일본군은 신뢰관계가 없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위대 대원수가 너무 적은 것도 놀라운 점 중에 하나였다. 도쿄에는 1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있지만 수도방위군은 5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도쿄를 지키는 경찰(경시청)의 10분의 1의 수준이다. 그 때 느낀 이 두 가지의 ‘놀라움’을 자위대의 한 간부에게 솔직히 털어놓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위대가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다는 것, 둘째 남성 우선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출생률 감소 및 고령화 현상에 의해 젊고 우수한 일본인 남성을 모집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 점이 자위대의 최대 고민이다.”

3월 21일 치러진 일본 방위대학교 졸업식에는 아베 총리도 참석해 축사했다. 그러나 졸업생 419명 가운데 47명이 자위대 임관을 거부했다. 이 숫자는 과거 24년 중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자위대는 ‘3안(安) 직장’이라는 야유를 받아왔다. 전쟁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 가장 ‘안전·안심·안정’된 직장으로 평가 받아왔던 탓이다.

그런데 안보법이 개정된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어쩌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군과 국지전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안전한 직장으로 알려진 자위대가 단숨에 ‘불안전·불안심·불안정’한 직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특별공무원으로 알려진 자위대가 이제는 군인으로서의 기능을 갖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최근 적지 않은 자위대 간부후보생의 중도 포기로 이어졌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위대도 대폭 달라졌다. 여성 자위대원의 영입을 확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육상자위대의 전투 헬리콥터 파일럿, 해상자위대의 특별경비대 및 소해정, 미사일정에 여성 자위대원 배치를 결정했다. 전파해석 등의 부서에서는 이미 여성 자위대원 수가 더 많은 부서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여성 자위대원의 직무확대는 자위대의 고육지책이다.

앞으로 자위대의 새로운 과제에 한국군과의 협력 확대도 포함될 수 있다. 3월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전 서밋’에서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아베 총리의 한미일 정상회담이 만 2년 만에 개최됐다. ‘북한 위협’에 대해 세 정상은 일치단결해서 대처해나갈 것을 합의했다.

이 합의를 두고 일본 방위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번 합의를 현장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이 관계자는 “미군과 자위대, 미군과 한국군 사이에는 견실한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지만 자위대와 한국군은 신뢰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위대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정보를 공유할 경우 곧바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군도 자위대와 협력관계를 맺을 시 자위대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양국 군대의 뿌리 깊은 ‘상호불신’은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듯 현실적인 고민도 존재하지만 자위대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일본인 대다수는 자위대가 다른 나라에 출동해 전쟁에 참가하게 되는 일만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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