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담 기피하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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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측 사정으로 두차례 연기됐던 제2차 경제회담이 6개월만에 17일 재개됐으나 아무런 진전을 못본 채 끝났다.
문제는 북한측이 1차회담의 합의대로 회담을 진행해 나가는 것을 거부한데 있다.
작년11월20일의 첫 회담에서 북한은 스스로 판매가능 품목과 구입희망 품목 및 그 수송수단으로서 철도연결·항구개항 문제 및 결제방식까지 제시, 상당한 합의에 도달했었다. 또 2차회담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구체화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태도를 돌변, 실질적인 토의외 계속에 불응하고 그대신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제 협조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그것은 현행의 실무적이 경제회담을 격하시키고 유명무실케 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임이분명하다. 북한은 적어도 현재로는 더 이상 경제회담을 진전 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의도는 온당치못한 이유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두차례나 회담을 연기한 사실과 남북 국회회담을 제의한데서도 이미 노출됐다.
북한은 실무급 회담보다는 실권을 가진 높은 급의 권위있는 회담을 갖는 것이 통일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적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부총리급 경제위원회와 국회회담을제의했다
이같은 수법은 남북대화에서 흔히 볼수있었던 북한의 상투적인 논법이었다. 그들은 지난몇차례의 적십자 회담과 체육 회담에서도 궁지에 몰리거나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으려 할때는 그같은 하향적이고 일괄적인 접근방법을 들고 나왔다.
그같은 방식은 복잡하고 어려운 통일 문제는 기능적인 세부 문제를 하나하나 실질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상향적이고 점진적인 우리 방식과 충돌, 대화는 좌초되고 말았다.
만일 북한이 진실로 남북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원해서라면 우리가 제의한 남북 정상회담에 먼저 응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아직 없다는데 있다. 1차회담때만 해도 북한측은 진지하고 성의있어 보였다.
북한의 태도변화는 남북대화를 둘러싸고 평양에서 찬성파와 반대파간에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를 의미한다.
당초 우세를 보였던 개방적이고 온건한 찬성파가 약화되어 지금은 폐쇄적이고 강경한 반대파가 우세하거나 아니면 양파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것 같다. 이것은 김일성이 아직 확고한 소신이 없거나 아니면 단독적인 결정권을 못갖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대화 반대파의 입장이 강화된 것은 북한이 아직 우리와 교류할 태세나 자신이 서있지 않기 때문이다.
평양측이 합영법을 만들어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이려 하면서도 중공식의 경제특구 건설이나 우리와의 경제교류를 거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은 우월한 자유세계로부터 물결을 흡수·감당할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회담이 중단되지 않고 6월에 3차회담을 갖기로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평양의 입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큰 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인내심을가지고 꾸준히 대화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가 진전되려면 우선 평양의 개방 논자들이 약세에 몰리지 않아야 한다. 이점은우리 당국도 항상 배려하고 도와줘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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