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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저런, 부처님이 토요일에 오시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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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오시는 분이 있습니다. 부처님입니다. 올해는 5월 14일이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저런, 올해는 토요일에 오시네요. 주말 말고 평일에 오시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부처님이 초파일에 오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네요. 우리나라는 음력 4월 8일로 정했지만, 세계불교대회는 양력 5월 15일로 못 박았다고 하고, 양력 5월 중에 보름달 뜬 날을 기념하는 나라도 있다고 하네요. 중요한 것은 날짜가 아니겠지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불교 최대의 축제를 맞이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템플 스테이는 해 보셨나요? 전국 100여 개 사찰이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지요. 사찰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제가 편애하는 사찰은 달마산 미황사입니다. 밥맛이 아주 좋지요. 황악산 직지사는 잘 권하지 않습니다. 백팔 배는 물론이고 삼보 일배도 해야 했습니다. 여유를 찾으러 갔다가 극기 훈련만 했지요.


템플 스테이가 아니어도 절집은 가볼 만한 곳입니다. 꽃 피는 봄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저는 자주 갑니다. 머리가 무겁거나 가슴이 헛헛하면 아무 절집이나 들어가 휘휘 돌아다니다 옵니다. 손때 묻어 반질반질한 석탑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약수 한 사발 받아 마시기도 합니다. 인연이 닿으면 스님이 내주시는 차(茶) 한 잔 마실 때도 있답니다. 대숲에 바람 이는 소리, 풍경 흔들리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다 오지요. 그러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연꽃 만나고 오는 바람 같이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5월에는 절집에 들러볼 일입니다. 불자(佛子)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아니랍니다.


편집장 손민호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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