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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투표와 선거구제 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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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저항투표(Protest Vote)란 유권자들이 출마자나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나기 위해 하는 투표를 말한다. 저항투표가 일어날 가능성은 ‘D〈A+E’라는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D는 ‘정치에 대한 불만족(Dissatisfaction)’, A는 ‘대안의 수용 가능성(Alternative)’, E는 ‘항의를 동반한 퇴장(Exit-with-Voice)’을 뜻한다.

현실을 바꿀 대안이 있고 이를 표출할 방법도 분명하다면 유권자들은 대부분 저항의 뜻으로 투표에 임한다. 하지만 대안이 마뜩지 않을뿐더러 투표로 항의해 봤자 바뀌는 것이 없을 듯싶다면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해 버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의 양당체제에 더해 제3 정당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정당들의 잡음 많았던 공천 과정, 경제 정책 실패 등 유권자들의 불만 요인들이 뚜렷했다. 한마디로 저항투표가 일어나기 좋은 구도였다. 저항투표는 특정 정치체제, 정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기에 일시적인 표심 이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구 하나에서 가장 표를 많이 받은 한 명만 선출된다.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할뿐더러 군소·신생 정당이 의회에 들어가기 어려운 구도다.

반면 중선거구제에서는 지역구마다 2인 이상, 대선거구제에서는 4인 이상의 의원을 선출한다. 사표가 적고 소수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