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표본 조작해 1위를 4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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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월 말 4·13 총선을 앞두고 충북 제천·단양에서 여론조사업체 A사가 실시한 조사는 상대 예비후보 측이 실시한 것과 결과가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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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인구수 비율 조정과 전화번호 중복 사용 등의 방법으로 4위 후보를 2위로, 1위 후보를 4위로 바꿔 놓았다. 이 업체가 경북 영주에서 실시한 조사도 3만4351개의 KT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했다고 선관위에 등록했지만 조사 결과 8663개는 출처가 특정 사이트의 회원 DB였다. 인구수 비율도 20대는 13.2%→10.6%로 줄였고, 60대를 35.3%→37.4%로 조정했다. 결과는 모두 여론조사를 의뢰한 특정 후보가 앞섰다. 선관위는 A사 대표 박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총선 불법 여론조사 96건 적발
19대 총선 때보다 3.3배나 늘어

선관위는 20일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가운데 불법으로 적발된 건수가 9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고발 15건, 수사 의뢰 5건, 경고 등의 조치가 76건으로 2012년 19대 총선(29건)과 비교해 3.3배 늘었다. 선관위 김영헌 공보과장은 “2월 말부터 선거 여론조사 심의·분석전담팀을 꾸려 운영했고,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며 선거운동 기간이 부족한 후보들이 여론조사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형별로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보도한 사건이 18건, 여론조사 표본이 잘못된 경우가 19건이었다. 부산에서는 정모 교수가 특정 예비후보를 위해 아예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허위의 결과를 언론사에 배포한 사례도 있었다. 상대 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더 약한 후보를 고르도록 유도하거나 20~30대가 아닌데도 연령을 속여 응답한 경우가 7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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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규 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는 “공천과정이 지연되면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다 보니 불법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운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정당이 공천 시기와 방법을 제도화해 불법 여론조사가 끼어들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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