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젊은 엘리트들의 문화생활|TV거의 안보고 경제잡지 애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문화는 생활수단과 함께 사람사는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중의 하나다.
프랑스의 젊은 엘리트들은 어떤 문화생활을 하고있는가.
파리의 시사주간 렉스프레스지는 최근 이공대학(폴리테크니크)·국립행정학교(ENA)·고등사범학교·고등경제상업학교(ESSEC) 등 이른바 그랑제콜(특수대학) 학생들이 선호하는 문화·취미생활을 조사해 소개했다.
그랑제콜 학생들은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나라외 기둥」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문화·취미생활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일뿐 아니라 웬만한 공부론 제대로 나오기도 힘든 학교여서 모든 학생들이 책과 씨름 하는데만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이들 학생들은 문화·취미생활을 포기하지 않고있다.
렉스프레스지는 우선 이들이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군가부터 알아봤다.
ESSEC학생들은 단연 현대 프랑스의 우아함의 상징인 「카트린·드뇌브」를 꼽았고, 사라진 문화나 언어에 관심이 많은 고등사범학생들은 「에바·가드너」를 제1로 쳤다. 국립행정학교학생들은 「나탈리·바이」를, 폴리테크니크학생은 「이자벨·아자니」를 좋아했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성격이 선호하는 여배우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장래 고급관리로 진출할 ENA 학생들은 가수중에서는 「자크·브렐」「키리·테·카나와」「엘리자베드·슈바르츠코프」를 사랑하고 최근 개봉됐던 영화 가운데 『아마네우스』 『파리 텍사스』를 안본 학생이 없었다.
이들은 정치척 이슈나 신간서적에 관한 뉴스말고는 TV를 거의 보지 않고 있으며 탐정소설과 만화책은 전혀 가까이 하지 않고 있다. 신문중에선 르 옹드지가, 잡지에선 엥베스티르(투자)나 이커노미스트 등 경제잡지가 애독되고 있다.
ENA학생들이 머리맡에 두고 늘 가까이 하고 있는 책은 현실문제·정치·사회학관계 서적이다. 「생·기욤」의 『엘리트들의 낭비』, 「레이몽·아롱」「미셸·드브레」 등의 『회고록』이 이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ENA학생들과 달리 폴러테크니크학생들은 골프·서양장기·카드놀이·전자게임·테니스등에 관심이 많고 큰 극장보다는 카페 테아트르를 자주 찾고있다.
이들이 즐겨듣는 가수는「이브·몽탕」이며 신문과 잡지가운데 리베라시옹지와 렉스프레스지를 많이 읽는다. 문학작품으로는「조이스」「사강」「릴케」의 작품이 이들의 애독서다.
고등경제상업학교학생들은「데이비드·보위」「컬처·클럽」「사드」의 노래를 좋아하고 리베라시옹지와 렉스프레스지를 많이 본다. 이들은 「마르구리트·뒤라」의 『라망』을 모두 열독했으며 탐정소설도 즐겨 읽고 있다. 그러나 연극은 이들의 관심밖이다.
고등사범학교학생들은 앞서의 학생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들은 책가운데서도 역사에 관한 것을 많이 읽고 영화관도 개봉관보다는 후미진 동네의 조그마한 영화관, 흘러간 명화전문상영관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배우도「에바·가드너」「게리·쿠퍼」「클라크·게이블」「마릴린·먼로」 등 모두 타계한 미국배우들이다.
좋아하는 작가는「뒤라」「사로트」「루소」「나보코프」「괴테」.<파리=주원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