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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위기 아동학대 관련 법 70건 “19대 국회 통과 모습 꼭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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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만74. 이대로 19대 국회가 끝나면 임기 만료로 폐기될 법안의 숫자다. 당장 폐기 위기에 놓여 있는 법안 중엔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아동학대 방지 관련 법안들도 있다. 대부분 지난해 초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들로, 70여 건이나 된다.

낙천·낙선한 의원들의 호소
“의원 자서전 정가제도 처리해
출판기념회 갑질 강매 막아야”

새누리당 홍지만(대구 달서갑)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안도 그중 하나다. 어린이집 교사 등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2배로 늘리는 법안이다. 홍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했는데, 1년 이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휴지조각’이 될 처지다.

홍 의원은 장애아용 개조 승합차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주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법안도 40일 뒤면 똑같이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9인승 이상이면 통학차량으로 인정되지만 휠체어용으로 만든 장애아용 개조 승합차는 9명까지 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통학차량으로 지정받지 못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홍 의원은 지난 ‘3·15 비박 학살 공천’ 당시 낙천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선했더라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했겠지만 이젠 시간이 없다”면서 “19대 국회의 남은 40일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야 원내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복지와 관련한 주요 법안도 총선을 치르는 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경력 단절 주부들에게 추가 납부를 허용해 국민연금을 받을 길을 열어주는 국민연금추가납부법안 ▶의료사고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피신청인(병원 등)의 동의 없이 조정 등의 절차가 시작돼 의료과실 진상규명과 보상을 쉽게 해주는 ‘신해철법안’ ▶병원에서 주사기 재사용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주사기 재사용 근절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 지도부가 19대 국회 내내 약속했던 국회의원 수당을 30% 삭감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들도 빈말에 그치게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 자서전 정가 판매제 법안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판이다. 출판기념회를 열어 자서전을 비싼 가격에 팔아 사실상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의원들의 ‘갑질’을 막겠다며 최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다.

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동료 의원 출판기념회에 가서 정가대로 돈을 내고 왔더니 다음 날 그 의원실에서 전화를 걸어와 ‘왜 돈을 그것밖에 안 냈느냐’고 짜증을 내더라”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경기 남양주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박흥신 국회 대변인은 “결국 다음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들을 다시 성안(成案)하고 똑같은 절차를 밟아 나가다 보면 국민 혈세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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