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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재활용 로켓 발사 … 베저스, 100㎞ 지구 밖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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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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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스크 ‘팰컨9’로켓 길이 90m
대기권 재진입 때 시속 4000㎞
7㎞로 로켓 속도 줄이는 게 관건
“성공 땐 위성 발사시장 독점 가능”

[궁금한 화요일] 두 억만장자의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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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팰컨9의 발사 장면.

우주로 발사된 로켓의 운명은 일정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공기와의 마찰열로 불에 타거나 바다에 떨어져 회수돼 고철로 쓰였다. 1·2·3단 로켓 중 가장 크고 비싼 1단 로켓이 불꽃을 발하는 시간은 대략 2분30초. 이후 1단 로켓이 바다에 떨어지면 수백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팰컨9(Falcon 9)’ 1단 로켓을 회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로켓 재활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위성 발사비용을 종전보다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수백만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로켓 재활용 기술을 살펴봤다.

| 베저스‘뉴셰퍼드’는 길이 25m
고도 낮아 대기권 진입 상대적 용이
NASA도 포기한 우주왕복선 도전
"수백만원대 우주여행 상품 개발”

재활용 로켓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건 성공한 벤처사업가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와 제프 베저스(블루오리진)다. 재활용 로켓 개발을 놓고 두 회사가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향점이 다르다. 스페이스X는 우주 탐사 목적으로 팰컨9을 개발했다. 팰컨9 로켓은 지상 400㎞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에 짐을 실어 나르거나 위성을 쏘아 올린다.

이와 비교해 블루오리진이 만든 뉴셰퍼드(New shepard) 로켓은 둥근 모양의 지구를 볼 수 있는 지상 100㎞까지만 상승한다. 우주 탐사가 아닌 관광용으로 개발된 로켓이다. 베저스는 “뉴셰퍼드를 활용하면 5분간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고 우주와 지구를 구경할 수 있다”며 “2017년 유인 테스트 비행을 거쳐 2018년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우주 관광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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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9과 뉴셰퍼드는 로켓 크기부터 다르다. 위성을 띄울 수 있는 높이인 고도 500㎞까지 상승해야 하는 팰컨9의 길이는 90m다. 이와 비교해 뉴셰퍼드는 25m에 불과하다. 팰컨9과 뉴셰퍼드 모두 재활용 로켓으로 불리지만 재활용 기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뉴셰퍼드는 고도 100㎞까지 상승한 다음 수직으로 자유 낙하한다. 이 과정에서 역추진 로켓을 분사해 낙하 속도를 점차 줄인다.

선병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비행성능팀장은 “뉴셰퍼드는 팰컨9보다 상승 고도가 낮아 대기권 진입 과정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로켓을 재활용하는 과정도 간단한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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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발사된 로켓의 속도는 시속 4667㎞. 이를 시속 7.2㎞로 줄여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높이 90m 로켓을 수직으로 세우는 과정도 필요하다. 팰컨9에는 분사각을 조절할 수 있는 로켓이 설치돼 있다.

지상에서 발사해 지상으로 돌아오는 뉴셰퍼드와 달리 팰컨9은 지상에서 발사하지만 해상에서 로켓을 회수한다. <그래픽 참조> 역추진 로켓을 분사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그와 동시에 방향과 각도를 조절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집게 모양의 착륙 발판을 내려 무인 해상 바지선에 내려앉는다. 로켓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건 공기와의 마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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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는 “팰컨9의 대기권 진입 속도는 시속 4000㎞가 넘는다”며 “로켓이 속도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수직으로 착륙 자세를 잡는 과정에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하 상태에서 로켓을 재점화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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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 뉴셰퍼드의 발사 및 착륙 장면. 재활용 로켓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쓰임새는 다르다. 지상 500㎞까지 오르는 팰컨9은 인공위성 발사등 우주 탐사에 활용된다. 뉴셰퍼드는 지상 100㎞까지 상승할 수 있는 우주 관광용 로켓이다.

선병찬 팀장은 “로켓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수백 기압에 달하는 연료탱크를 제어하는 동시에 90m에 달하는 로켓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미국 정도만 관련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로켓 재활용에 민간 업체가 뛰어든 건 발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로켓 재활용 기술이 자리 잡으면 위성 등의 발사비용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팰컨9의 1회 발사비용은 대략 6000만 달러(약 691억원)인데 1단 로켓 재활용에 성공하면 발사비용을 수십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장영근 교수는 “스페이스X가 로켓 재활용에 성공하면 한 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위성 발사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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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활용 로켓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스페이스 셔틀(space shuttle·우주왕복선·사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우주왕복선은 한 번 사용하고 다시 쓰지 못하는 로켓의 단점을 뛰어넘기 위해 태어났다. 1972년 개발이 시작된 우주왕복선의 목표는 단순했다. 발사비용 절감이다. 우주왕복선 뒤에 달린 고체연료 로켓 2개와 연료탱크 한 개는 재활용할 수 없었지만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우주왕복선은 다시 활용했다. 이런 노력에도 NASA는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발사비용 절감 실패가 가장 컸다. 목표로 정한 1회 발사비용은 1000만 달러(약 115억원)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NASA는 우주왕복선 1회 발사비용으로 5억 달러(약 5759억원)를 지출했다.

장영근 교수는 “우주왕복선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수천 도의 열을 견딜 수 있도록 내열 타일을 교체해야 했다”며 “타일 교체와 엔진 유지 보수에 7~9개월 정도가 걸렸고 이런 과정에 들어간 운영비가 예상을 훨씬 초과해 경제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팰컨9과 뉴셰퍼드도 우주왕복선의 전철을 밟을까. 장 교수는 “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주산업 확장에 큰 획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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