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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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월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언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에 곁들여 누가 아니랄까보아 날씨는 변덕 잦고, 도진「계절병」은 홍역처럼 난만(난만)하다. 이래저래 안팎이 두루 어수선하기 만한 카오스의 어제오늘.
그 혼란의 회오리는 이「겨레시의 마당」에도 몰아쳐서 종전의 질서를 여지없이 무너뜨려 놓고 있었다. 얕잡아 보지 말거라, 여기 이 마당도 작지만 깨어 있는 우리 겨레인심의 처소요, 이른바「사회의 창」의 한 몫을 톡톡히 할밖엔 없노라고 항변이라도 하듯 자못 열띤 증언·고발·저항·비탄·풍자….
「항간의 의미」로 승화되지 못함으로써 선택에 성가신 것들이 있었는가하면 일단 선택을 보고서도 활자화를 망설이게 하는 것들도 있어 짐짓「시류」를 초월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성질의 작품들은 할애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 자투리는 남아「봄이어도 마음만은 차가운 겨울 벌판」(『종달새』)이 있고 「밟아야 일어서는 뒤틀린 연대」『사월의 보리밭』)와도 같은 곱씹어 봄직한 구절도 있는 것이다.
『봄비』『봄 오후』는 하나같이 화사한 봄의 노래들로서 고만고만한 수준작들. 어느 한 대목이라도 톡 불거진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안존하고 평면적인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사월의 보리밭』은 내적 사연의 강렬함에 비겨서는 형상력이 미치지 못해 딱딱한 껍질을 벗지 못한 상태에 머물렀으며『종달새』는 정감이 충분한 소화과정을 거치지 못한 나머지 그 토로(토로)가 너무 직접적이다.
『호두알』은 꽤 고도한 은유로써 삭인 가위「-급연가」라 할만한 작품이다.
작위의 흠을 거의 완전히 씻고 있다할 이만큼 그 수사며 호흡이며 전개에 억지가 없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우수작이다.
이쯤에서 잠깐 문제점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종달새』와『봄 오후』의 종장의 됨됨이를. 분명 잘못되어있다. 그 시각적 처리와 가락과의 사이에 빚어진 괴리(괴리)현상을 놓치지 말일이다. 박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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