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3당 대표들을 빨리 만나라”고 주문했다. “지금 가장 급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다. 그러면서 3당 체제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 ‘왕수석’으로 불린 그는 여소야대 정국을 두루 경험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14, 15대 국회가 모두 여소야대였다. 다음은 문답.
-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 “몸을 낮춰야 한다. 야당 대표들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고 불평하고 야단만 치면 그걸 보는 국민도 마음이 안 좋다. 이번 총선 결과가 잘 보여주지 않았나.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여권은 어떻게 이 상황을 추슬러야 할까.
- “대통령이 여당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집권당도 협력의 대상이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반대할 권리를 줘야 책임도 질 게 아닌가. 우선은 엉망이 된 여당의 지도부가 민주적으로 구성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 3당 체제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운신해야 하나.
- “우선 국민의당이 챙기는 중점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주장에 일리가 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도 협력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활용하고, 거래하는 것이 정치다.”
- YS 시절엔 어땠나.
-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주 만나 소통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전략적 협력을 했다. 논쟁은 당과 당이 벌이고, 대통령은 조정자로서 통합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야단치면 안 된다. 통합자로서의 역할이 청와대가 가진 무기다.”
- 이번 총선이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은.
- “3당 구도는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의 구도를 누가 적극 활용하는가에 따라 판도가 확 바뀐다. 여권에서도 무모한 도전의 깃발을 드는 이가 나와야 한다. 지금은 그런 이가 안 보인다.”
- 야권에 조언한다면.
- “여당의 실정으로 얻은 반사이익의 측면이 크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자가 나온 것은 호남 유권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다. 지역 기반에만 안주하지 말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