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변 없이 16년째 '야당의 섬'…더민주 3석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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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이번 총선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제주시 갑·을, 서귀포시까지 제주 선거구 3석을 모두 차지하면서 16년간 ‘야당의 섬’ 타이틀을 이어가게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이하 새누리)은 17대부터 20대 총선까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제주시갑 선거구에서는 현역 3선 더민주 강창일(64) 의원이 4선에 성공했다. 47.98%를 득표해 공무원 출신 새누리 양치석(58) 후보(36.73%)를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당 장성철(47) 후보는 15.27%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지만 개표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중반부터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강 당선자는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다. 이후 통합민주당(18대), 민주통합당(19대)에 이어 20대에서도 더민주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돼 한 지역구에서 연속 4선의 주인공이 됐다. 선전한 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선거운동 중 불거진 재산신고 누락에 따른 선관위 검찰 고발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주시을 선거구의 더민주 오영훈(47) 당선자는 4만4338표(45.19%)를 얻어 4만1456표(42.26%)로 선전한 새누리 부상일(44) 후보를 단 2.93%p(2882표) 차로 역전승했다. 오 후보는 개표율 32.9%에서 부 후보에 선두를 내줬지만 개표율 70%에서 재역전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오 당선자는 출구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뒤진 것으로 예측됐지만 개표 막바지 사전투표와 삼화·아라·이도지구 등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 유권자의 표를 얻어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국민의당 오수용(53) 후보는 11.68%로 3위였다.

여·야 양자대결을 벌이면서 초접전 승부가 예상됐던 서귀포시 선거구는 개표 과정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한 더민주 위성곤(48) 후보가 53.5%인 4만2716표를 획득, 3만7093표(46.4%)로 선전한 새누리 강지용 후보를 7.1%포인트(5623표) 차이로 따돌렸다. 제주도의회 도의원 3선 출신인 위 후보는 검증된 능력을 강조해 먹혔다. 강 후보가 재산 신고를 누락하며 각종 의혹에 시달린 것도 민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20대 총선과 함께 실시된 제주도의원 제22선거구(서귀포시 동홍동) 보궐선거에서도 더민주 소속 윤춘광(63) 후보가 당선됐다.

더민주 제주도당은 14일 총선 결과와 관련 논평을 내고 “이번 승리는 제주의 자존을 지키려는 도민 주권자의 승리”라며 “나아가 전직 지사들의 노골적인 선거개입과 관권 선거 논란 등 제주사회 구태청산에 대한 도민 의지가 끌어낸 결과”라는 평가했다.

새누리 제주도당도 논평을 내고 “도민들은 엄청난 실망과 질책을 하고 있는데 도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도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신뢰 받는 정당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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