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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범근뉴스' 국범근 "뉴스가 왜 중립적이어야 하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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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 맘대로 올바른 관점이래. 어이가 없네.”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이가 없네, 2015.10.22.)

가장 서글픈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프로듀스 101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야.”

(프로듀스 101 비판 '넘나 잔인한 Pick me up', 2016.03.18.)


쥐픽쳐스 대표 국범근(20)은 자신이 만든 영상에서 ‘베테랑(2015, 류승완)’의 조태오(유아인 분)를 모사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비판하고, 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과감히 날 선 말을 내리꽂는다. 어려운 시사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번역가, 영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스무 살 크리에이터. 1인 뉴스 미디어 '범근뉴스(https://www.youtube.com/user/Gpictures1)’ 유튜브 구독자만 2만6000여 명이다.


정도전과 정몽주를 랩 배틀 형식으로 비교하는 '역사 인물 랩 배틀' 등의 영상은 24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관계 기사: “내가 만드는 뉴스, 머잖아 10만 명이 볼 겁니다”(http:www.joongang.co.kr/article/19838145)>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인 그는 어떻게 젊은 세대의 취향과 이슈를 동시에 저격하는 스나이퍼가 되었을까. TONG이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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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먼저 물어볼게요, 왜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중학교 1학년 때 UCC 수행평가를 했는데, 친구들이랑 영상을 만들어보니까 그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의 재미, 거기에 꽂힌 거죠. 특히 1인 미디어는 제가 감독이 될 수도 있고요, 연기를 하면 배우, 편집을 하면 편집자가 될 수 있어요. 다양한 역할을 하며 생각하는 바를 가장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영상인 것 같아서 흥미를 느끼고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흥미만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 이후에 독학으로 영상을 익혔다고 들었어요.
"독학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게 요즘에는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배우기 쉽잖아요. 영상을 만들다가 어떤 효과를 시도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거기서 배우고 또 다음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런 식으로 영상을 한 편씩 만들어가면서 배운 거죠."

-참고한 영상 중 몇 가지 추천해 줄 수 있을까요. 최근에 보는 콘텐트도 포함해서.
"‘하이스쿨잼’을 만든 'Project SH'나, 'JWVid'의 콘텐트요. 영상을 배우고 싶은 친구들이 보면 유익하고 재밌을 거예요. 최근에는 중앙일보와 같이 ‘구글 뉴스랩 펠로우쉽’을 하면서 버즈피드나 폭스미디어의 영상도 많이 봤어요.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깊은 전략이 있더라고요. ‘범근 뉴스’의 레퍼런스가 된 건 독일의 르플로이드(Lefloid)라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독일어로 진행되니까 사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못 알아들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전달하는 방식, 말하는 톤 그런 걸 유심히 살펴봤죠."

독일 훔볼트대에 재학 중인 크리에이터 플로리안 문츠의 채널

독일 훔볼트대에 재학 중인 크리에이터 플로리안 문츠의 채널 'Lefloid'. 게임, 범죄, 시사 등의 주제를 다루는 이 채널은 2백8십여명의 구독자가 있는 인기 유튜브 채널이다. [사진=Lefloid 영상 캡처]


-얘기를 들어보면 기술적인 부분보다 내용을 더 중시하는 것 같아요. 저도 영상 콘텐트에 관심이 많은데, 영상을 만드는 기술도 중요하잖아요.
"어떤 카메라를 쓰고, 렌즈는 뭐를 쓰고 이런 것도 다 중요하지만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죠. 영상은 그냥 채널, 수단일 뿐이니까요. 영상을 만들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건지 고민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도 여의도 정치, 남북통일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한겨레, 조선일보, 오마이뉴스 기성 언론에 다 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뭔지 많은 고민을 하죠."

-그 고민의 결과로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죠.
"결국은 제가 평소에 사람들과 만나 나누는 얘기들이에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10대, 20대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들인 거죠. SNS로 네트워크를 맺은 사람들도 대부분 10대 아니면 20대 초반이거든요. 결국 저는 일상 속에서 겪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다 청소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선명한 만큼,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거친 반응도 있진 않나요.
"시사·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려면 제 입장을 딱 정해야 해요. 어떤 사람들은 '뉴스라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지 않느냐, 너의 견해를 섞은 게 뉴스라고 할 수 있느냐'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뉴스의 객관성, 공정성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그 가치를 기계적으로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 있나요? 사실 관계를 어떻게 나열할 것인지, 기사의 톤은 어떻게 꾸밀지 뉴스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전달자의 가치 판단이 개입 되잖아요.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것은 객관이나 중립 같은 프레임 때문에 자신이 정말 전하고 싶은 바를 명확하게 전하지 못하는 거예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게 솔직하고 이게 더 뉴스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콘텐트에 대한 주관이 확실하네요. 영상을 만들 때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또 있나요?
"웬만하면 그런 걸 갖지 말자는 생각을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트’란 시청한 뒤 한 번은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트예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자는 거죠. 보통 영상 하나를 만들 때 최소 두세 시간 이렇게 걸려요. 몇 십 시간 걸려서 만드는 것도 있어요.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쉽게 보고 날려버리면 아깝잖아요. 만들고 나서 한 달, 두 달 심지어 일 년 뒤에 봐도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자는 게 목표예요. 그 외에는 틀에 갇히지 말자는 신조도 있고요.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의 행동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트가 가장 뛰어난 콘텐트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런 콘텐트를 만드는 건 무척 힘들어요. 그래서 저도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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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범근 크리에이터(오른쪽)와 김혜나 청소년기자

국범근 크리에이터(오른쪽)와 김혜나 TONG청소년기자

-영상으로 일찍 뛰어들었고, 주목을 받잖아요. 요즘은 꿈이 없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쩌면 진로를 일찍 찾았다고 볼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저도 진로가 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지금은 영상을 만들고 있지만 일 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래서 끊임없이 고민해요. 죽기 전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조급해 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도 성인과 똑같이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사고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안타깝죠. 스무 살 종 딱 치면 성인과 청소년으로 나누는 게 불합리하다는 거예요. 어제까지는 보호의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지나치게 과잉보호 하고, 과잉 규제 했으면서 오늘은 성인이 되었으니까 네가 모든 걸 다 결정하라고 떠넘기는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삶을 고민하고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저도 자기 전에 ‘아이씨 뭐하지, 앞으로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은 항상 해요. 사람이 어디에 있고 어느 자리에 있고 어느 위치에 있든 간에 누구든지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건 똑같은 거 같아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살라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중에서도 남자, 여자, 활달한 청소년, 덜 활달한 청소년 이렇게 다 갈리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묶인 '청소년'이라는 그룹에게 한 가지 얘기를 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거든요. 그래도 한 가지 하고 싶은 얘기는, 어떤 말을 듣고 어떤 경험을 하든지 너무 주눅들지 말라는 거예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조금은 둥둥 떠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천천히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뭐든지 재밌어야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밌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뜻한 바를 잘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정리=김혜나(정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정의여고지부·김재영 인턴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도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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