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유승민, 대구 동구을 당선 확실…굳은 표정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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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실시된 13일 무소속 유승민 (대구 동을) 후보가 대구시 동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텔레비젼을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주변 지지자들은 유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 예측에 기뻐하고 있지만 정작 유 후보는 권은희(대구 북갑), 류성걸(대구 동갑) 후보 등 무소속연대 걱정에 표정이 덤덤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무소속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는 13일 오후 9시부터 방송들이 앞다퉈 '당선 확실'을 보도할 정도로 일찌감치 큰 표 차이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유 당선자는 "투표 상황이 더 진전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당선 소감 발표를 미루고 있다. 측근인 류성걸(동갑)·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의 경합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측근들이 함께 당선되지 않으면 향후 행보가 녹록지 않을 거란 예상에 유 당선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투표 종료 직후 78.9%의 득표율로 당선될 거라는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도 유 당선자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대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유승민! 유승민!”을 연이어 외쳤지만, 그는 측근 후보들의 득표 상황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를 눈치챈 측근들의 함성도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류·조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와의 표차가 좁혀지거나 벌어질 때마다 사무소에선 지지자들의 탄식과 환호가 연이어 나왔다.

유 당선자의 선거 후 첫 과제인 새누리당 복귀 문제는 어떻게 풀릴지 아직 전도가 불투명하다. 그는 선거 유세 때마다 “새누리당으로 돌아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해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탈당자에 대한 복귀는 없다”는 공식입장을 접지 않은 데다가, 복당 시도 과정에서 친박계의 거센 저항을 겪을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측근 탈당파 후보들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홀로 복당' 단계부터 가로막히게 되는 ‘미생’(未生)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

반면 ‘유승민계’ 무소속 후보가 모두 낙선하더라도, 선거 후 새누리당 상황에 따라 복당의 '그린라이트'가 켜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당 과반(151석) 의석 확보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친박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유 당선자 측은 다른 당선자들이 복당에 힘을 실어줄 거란 기대도 하고 있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수성을) 후보나 장제원(부산 사상) 후보 등 비박계가 향후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유 후보를 우군(友軍)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당을 도와줄 거란 기대다.

이밖에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 유승민계 김상훈(서) 후보와 함께 다른 비박계도 유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최선욱·손국희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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