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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한국사·토익 시험도 편법…‘약시’로 속여 시험시간 연장 혜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자신의 성적을 조작한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시험’ 응시생 송모(26·구속)씨가 대학의 추천자로 선발되기 위해 치른 자격 시험을 볼 때도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씨가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토익 시험을 앞두고 시력이 나쁜 것처럼 의사를 속여 병원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송씨가 응시한 지역인재 선발 시험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 토익 700점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송씨는 지난해 1월 24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면서 정규 시험 시간인 80분보다 16분 더 긴 96분 동안 시험을 치렀다. 한 대학병원에서 약시(교정시력 0.16)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기 때문에 시간 연장이 가능했다. 이 시험의 규정에 약시 응시자는 일반인의 시험 시간에 20%를 추가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찰은 송씨가 시력 검사 때 큰 글자도 안 보인다고 주장하는 방법으로 약시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시력이 나쁘긴 하지만 약시로 진단될 정도는 아니다. 통상적인 약시 진단은 정밀한 검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씨가 공무원 시험에 붙기 위해 여러 방법을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이 진단서를 지난해 2월 7일 토익 시험을 볼 때도 냈다. 읽기평가(RC) 시험 시간이 진단서 덕에 75분에서 90분으로 늘었다. 조사 결과 송씨는 2014년에 본 토익 시험에서는 700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치른 시험에선 100점 이상 점수가 올랐다. 수사팀 관계자는 “송씨의 학교 성적 조작 여부도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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