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갈등' 일단 숨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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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면 충돌로 치닫던 중.일 관계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중국 측은 확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과 일본 국민의 감정은 여전히 험악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9일 "중국 내의 반일 시위로 일본항공 등 두 항공사를 통해 중국에 가려던 승객 가운데 1만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중국, 일본 달래나=중국 당국은 반일 시위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8일 "현재로선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사(新華社)도 "17일의 중.일 외무 장관 회담에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과거 중국 인민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두 언론사 모두 시위가 더 이상 확대될 필요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언론사의 논조는 당 최고위층의 의사를 반영한다. 따라서 반일 시위를 제2의 '5.4운동'으로 확대하려는 민간의 움직임이 제지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시위가 더 확대될 경우 시위 대상이 자칫 국내 정치 문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 중국 당국이 시위를 억제키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또 반일 시위로 일본 대사관 등이 파손된 것과 관련, 일본이 요구해온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 산하 부동산관리회사가 19일 일본대사관 측에 유리창 교체 등 원상회복해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상하이(上海) 시 정부는 피해를 본 일본인들에게 개별 보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배상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지방 정부나 산하 기관을 통해 보상함으로써 체면과 실리를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 대화와 강경의 일본=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 기간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회담할 경우 반일 시위와 관련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 공관에 대한 주재국의 보호 의무를 규정한 빈협약에 따라 중국 정부에 피해 배상을 요구하겠다던 종전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중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중단에 대해서는 "나라별로 역사와 전통과 사고 방식이 다르다"며 거부했다. 정치권은 여전히 중국 정부 비판 수위를 높였다.

19일 자민당의 외교부회의에선 "이대로라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낼 수 없다" "관제 데모가 아니라면 왜 참가자들을 체포하지 않느냐"는 등의 강경 발언이 잇따랐다.

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剛田克也) 대표도 이날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에게 "선인들이 만든 양국 우호 관계를 (중국 정부가)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며 "아무런 (사죄의)말이 없으면 일본인이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주일 중국대사관 등 중국 관련 시설물에 대한 공격과 폭파 협박도 잇따르고 있다. 무라타 요시타카(村田吉隆) 국가공안위원장은 19일 "10개 도시 25개 중국 관련 시설에 총격과 투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베이징.도쿄=유광종.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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