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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없다 … 유세차 대신 세그웨이·리어카, 소음 없다 … 대형 확성기 대신 종이 메가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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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선의 유세전이 치열해지면서 소음 피해도 늘고 있다. 경찰청은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31일부터 7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선거 유세 소음 신고가 3833건이라고 밝혔다. 하루에 480건꼴이다. 서울은 697건에 달했다. 유세차와 확성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소음·매연·체면 없는 3무(無) 유세로 차별화에 나선 후보들이 있다.

시민 배려하는 선거운동 후보들
선거송 안 틀고 주민과 토크콘서트
20분 이상 큰절 ‘묵언유세’ 후보도

◆소음이 없다=부산 해운대갑의 하태경(새누리당) 후보는 유세차의 확성기를 없앴다. 대신 빨간색 종이를 둘둘 말아서 만든 종이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육성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하 후보는 “새누리당의 과오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확성기 없는 조용한 유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갑의 윤후덕(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트럭 유세차 대신 25인승 미니버스를 운행한다. 윤 후보 캠프의 김동열 비서관은 “시끄러운 유세 대신 버스 내부를 상담실처럼 개조해 유권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수원정 박광온(더민주) 후보는 유세차에서 시끄러운 선거송을 틀지 않고 주민들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대화를 한다. 청주 청원의 권태호(무소속) 후보는 길목에서 20분 이상 큰절을 하는 ‘묵언 유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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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용 전동 카트로 골목을 다니는 새누리당 정태근 후보(서울 성북갑). [뉴시스, 각 후보]

◆매연이 없다=서울 성북갑 정태근(새누리당) 후보는 골프장용 전동 카트를 종종 유세차로 쓴다. 정 후보는 “대형 유세차는 교통 정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골목을 돌아다닐 땐 전동 카트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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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이동수단인 ‘세그웨이’를 활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후보(수원갑). [뉴시스, 각 후보]

수원갑 이찬열(더민주) 후보는 1인용 이동수단인 ‘세그웨이(segway·한 명이 선 채로 운전하는 동력장치)’를 타고 다닌다. 왕발통이라고도 불리는 이 교통수단은 전동식이라 매연을 유발할 염려가 없다. 젊은 이미지를 주는데도 효과적이란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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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매연 없는 선거를 하겠다는 녹색당 홍지숙 후보(의왕-과천). [뉴시스, 각 후보]

녹색당 홍지숙(의왕-과천) 후보는 유세차 대신 퀵보드를 이용한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평소엔 녹색 깃발을 꽂은 자전거로 골목을 누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람이 모인 곳이면 잠깐 멈춰 자전거에 달린 앰프를 이용해 유세를 하는 식이다. 대구 달서병의 조석원(무소속) 후보는 유세차 대신 리어카를 끈다. 34세의 조 후보는 5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며 선거사무소도 천막으로 만들었다.

◆체면도 필요 없다=유권자들을 위해 과감히 망가지는 후보들도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새누리당·인천 연수을) 후보는 ‘우리 동네 대변인’이라는 콘셉트의 로고송을 발표하면서 춤 실력을 동영상을 통해 선보였다.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 민 후보는 쉴 새 없이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연신 하트와 윙크를 날려 보냈다.

국민의당 김성식(서울 관악갑) 후보는 2인조 남성 밴드 노라조의 ‘카레’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인도풍 의상을 김 후보 얼굴에 합성한 캐릭터로 나와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 3일 지원유세 때 파란 가발을 쓰고 몸을 흔들어 화제가 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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