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펀드평가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운용사 판도의 변화다.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은 메리츠자산운용을 비롯한 신흥 중소형업체들이 주도했다. 특히 메리츠운용은 지난해 1조8000억원대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데 이어 연간 수익률도 전체 2위인 21%에 달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작년 잘 나가던 신흥 중소운용사들
대형주 주도에 1분기 성적 부진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1분기 메리츠운용은 -9.07%의 수익률로 조사 대상 운용사 중 최하위였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 1위 운용사였던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3.34%)과 ‘톱5’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5.13%),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5.02%)도 올 들어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의 초점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옮겨갔고, 철강·정유 등 오랫동안 부진했던 업종이 살아나는 등 변화가 있었는데 이들 업체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펀드를 단기 성과로만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대체한 1분기 수익률 우수 운용사는 흥국자산운용(4.54%)·베어링자산운용(3.63%)·NH-CA자산운용(3.1%)·신영자산운용(2.75%)·유리자산운용(2.31%) 등이었다.
지난해 펀드 시장의 특징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강세▶배당주 펀드의 선전▶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올 1분기에도 이어졌다. ETF는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9위를 독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에너지·화학, 중공업, 건설 ETF가 11~13%의 수익률로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배당주 펀드 수익률은 1분기 1.74%로, 국내 주식형 중 K200인덱스형 다음으로 높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총 4717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는데도 배당주 펀드에는 957억원이 순유입됐다. 0.9%의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1분기에만 1조3725억 원이 순유입됐다. 배당주와 채권형 펀드에는 지난해부터 안정적이면서도 은행금리+α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안정희구형’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해외비과세 펀드 출시 등의 영향으로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4008억원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2602억원이 순유입된 중국 펀드는 수익률이 -11.54%로 국가별 기준으로 최하위였다. 일본펀드도 -10.95%로 부진했고 전문가의 추천이 많았던 북미(-1.64%),유럽(-5.75%) 펀드도 아쉬움을 남겼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