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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국민의당 표는 '사표' 아니라 새누리당 당선표"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을 찍어달라”며 야권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10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손혜원(서울 마포을) 후보의 유세에 참석해 “야권 지지자들은 정당 투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하더라도 후보자만큼은 당을 떠나 이길 수 있는 후보,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우리당(더민주) 지지자도 우리당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 후보일지라도 될 사람을 찍어야 한다”며 “이는 당론이 아니라 정치인 문재인 개인적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선 “호남 지역 외에는 당선될 곳이 거의 없다. 안철수 대표 한 분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며 “그분들은 솔직히 (지역구 당선이 아닌) 비례대표를 바라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후보를 찍으면 국민의당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줘서 새누리당 당선을 도와주는 표가 된다”며 “이는 그냥 사표(死票)가 아니다.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당 지지자가 새누리당 후보 당선에 역할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노년층의 지지를 호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중ㆍ장년층은 더민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계층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어르신들이 살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라며 “이렇게 노인들이 살기 힘든 나라를 만든 것은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그래도 경제만큼은 새누리당이 좀 더 잘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편단심으로 쭉 새누리당을 밀어줬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겪어보니까 이제 알게되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어르신들도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투표를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현재 판세에 대해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는 집 전화만으로 이뤄져 실제 민심과 많은 차이가 난다. 안심번호(암호화된 휴대전화 번호)와 집전화를 함께 조사하면 열세와 우세지역이 뒤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며 “틀림 없이 선거 막판에 다시 (여론을) 왜곡하려는 ‘북풍(北風)’을 일으키거나 돈을 쓰거나, 온갖 부정선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유권자들이 이것까지 막아줘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 남양주와 고양에 대한 지원유세에 이어 홍대, 신림역, 강남역, 성남 야탑역, 안산 중앙역 등 수도권 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집중 유세를 했다. 문 전 대표가 등장하자 지지자 수백여명이 몰려들며 유세장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 8~9일 광주와 전북을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총선 전에 다시 한 번 호남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가 (광주에) 잘 내려갔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여러 루트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도 “일정은 미확정이나 광주와 전남 방문 등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11~12일 부산과 경남 지원유세를 검토하다 접전이 지속되는 수도권 상황을 고려해 이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부산·경남에 한 번도 가지 못해 일정을 검토했다"며 "문 전 대표에게 부산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은 호남 여론에) 전혀 영향이 없다. 기존 지지도 추이에도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대표도 이날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일단은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겠다”며 호남 방문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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