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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류현진, 어깨 수술 후 ‘솔직’ 심경 고백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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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2일 왼어깨 수술을 받고 10여 개월이 흐른 지금 류현진의 어깨 상태는 어떨까? 과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그는 “수술 후 컨디션은 최상이다. 내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마운드에서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앙포토]

2016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 쉼 없이 내달렸던 LA 다저스 류현진(29)이 지난해 수술한 왼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애리조나는 물론 한국에서도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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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애리조나 캠프에 입성, 투구 훈련을 재개했던 그는 다저스 구단 트레이너와 상의 끝에 한 차례 불펜피칭을 거르기로 했는데 이 소식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한국의 팬들은 류현진의 어깨에 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낸 것이다.

“부상 완쾌… 자신 있다”

LA 다저스 신임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는 “류현진이 수술받은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면서 “재활 프로그램을 잠시 쉬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류현진은 “재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2015년 5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왼어깨 수술을 받고 10여 개월이 지난 지금. 류현진의 어깨는 어떤 상태일까? 과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류현진의 수술부터 재활 과정, 그리고 불펜피칭을 소화하는 부분들을 류현진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날짜별로 정리했다.


l “끝까지 수술은 피하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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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와 릭 허니컷 LA다저스 코치는 재활 후 연습장에 나타난 그에게 “모든 구종을 다 던져보라”고 제안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만 던지겠다. 다른 변화구를 구사하는 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2015년 3월 1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선발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이 경기 이후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간단한 통증이라고 여기고 염증 치료 주사를 맞은 후 5일 만에 피칭을 재개했지만 통증이 계속되는 바람에 바로 중단해야만 했다. 이후 그는 애리조나에서 LA로 건너가 MRI 검진을 받았다. 몇 차례 복귀를 준비했으나 그때마다 통증이 재발됐고 결국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어깨 통증을 느끼고 수술하기 까지 2개월여의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류현진은 “끝까지 수술을 피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만약 팔꿈치 부위에 통증을 느꼈더라면 그 즉시 수술을 했겠지만 어깨라서 마지막까지 버티다 수술을 결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급적이면 수술 안 하려고 했다. 만약 팔꿈치였다면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바로 수술했겠지만 어깨라서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결국엔 마음을 돌렸다.”

류현진은 2014 시즌 4월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다저스 구단 주치의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로부터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류현진은 당시에도 어깨 수술에 대한 부담으로 거절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2015년 5월 22일(한국시간) 류현진은 LA 인근의 병원에서 왼어깨 수술을 받았다. 렌즈가 부착된 관을 넣어 찢어진 곳을 꿰매고 정리하는 ‘청소술’이었다. 수술 결과가 매우 좋았다. 류현진의 수술을 집도한 LA 다저스 팀 닥터 닐 엘라트 라체 박사는 류현진이 내년 시즌 건강한 어깨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어깨 관절경 청소술을 받고 나자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는 류현진. 당시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이 긴장할까 봐 “이 수술만 하고 나면 내년부터 더 생생하고 강한 어깨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얘기를 자주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류현진의 ‘쿨’한 수술 소감.

“수술하고 나면 그 부위가 뻐근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팔꿈치 수술했을 때보다 더 괜찮았다. ‘수술하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무엇보다 통증이 없어서 살 것 같더라. 이렇게 간단하고 좋은 수술을 왜 이렇게 안 하겠다고 버텼나 싶었다.”

2015년 9월 30일 기자는 샌프란시스코로 원정 경기를 떠난 류현진을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AT&T파크를 방문했다. 당시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 놓은 상황. 기자가 찾아간 날이 때마침 클레이튼 커쇼를 내세운 다저스가, 매디슨 범가너를 선발로 올린 자이언츠를 상대로 8-0 완봉승을 거두며 지구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수술 후 재활 중이었지만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원정에 동행했고,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원정 클럽하우스에선 샴페인 파티가 벌어졌는데 류현진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샴페인을 뿌리고 마시며 즐거워했다.

당시 엄청난 음악소리를 뚫고 류현진과 소리를 지르며 인터뷰했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류현진은 2014 시즌 우승했을 때와 어떤 차이가 나느냐는 질문에 “경기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색다르고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팀이 우승한 건 무척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 류현진.

“올 시즌 아쉬움이 너무 많다. 내년에는 올해 같은 일이 없도록 준비 잘해서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일궈 샴페인을 터트리고 싶다.”


l 1년 만의 피칭, 30개의 빠른 공… 팀 분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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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속도가 좀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빠르진 않고, 주어진 스케줄대로 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중앙포토]

2015년 10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로비에서 류현진을 만났다. 다저스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하는 시내 5성급 호텔이었다. 전날 우승 파티의 여운은 흔적조차 없었다.

류현진은 우승의 기쁨을 누렸지만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 모든 걸 두고 나온 듯했다. 기자가 전날 ‘빅파티’가 없었느냐고 묻자, “빅파티는 경기 뛴 선수들이 해야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어깨 수술 이후 야구를 못하게 된 것 외에 정신적인 아픔을 느낀 데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일부 기사 중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그가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내용을 떠올린 탓이다.

“기자나 팬들 보다 내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와 우리 팀 닥터, 그리고 코칭스태프일 것이다. 우리는 수술 후 내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데 대해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있다. 난 무조건 이전처럼 던질 것이고, 그렇게 던질 자신이 있다. 내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마운드에서 보여줄 것이다.”

수술 이후 류현진은 본격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지루하고 긴 재활 과정을 겪고 있었지만 자신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재활했던 과정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재활 강도가 올라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활훈련을 하기 싫어하거나 게으름 피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을 이렇게 열어 보인다.

“공 던질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2016년 2월 23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장. 류현진이 훈련복이 아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불펜에 올랐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릭 허니컷 투수코치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티브 칠라디 불펜 포수를 앉혀 놓고 30개의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마지막 공을 던지고 웃음을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던 류현진.

이날 류현진이 던진 공은 모두 30개. 전력을 다해 던지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이 84마일 정도 나왔다.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건강한 모습으로 공을 던진 건 2015년 3월 1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 경기 이후 처음이다.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본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미국의 유력매체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비로소 류현진다운 피칭을 하기 시작했다. 불펜피칭 막판에 던진 몇 개의 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이 그동안 노력한 부분이 나타나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라는 소감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불펜피칭을 시작하기 전 기자들 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투수들에 비해 류현진의 훈련 과정이 2주 정도 늦다고 보면 된다”면서 “시즌 마지막까지 뛰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하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류현진도 불펜피칭을 마치고 상당히 고무적인 표정으로 기자를 만났다.

“지난 번(트레이너를 앉혀 놓고 불펜피칭했을 때)보다 투구 수를 5개 정도 더 올렸는데 공을 던지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첫 불펜피칭을 했을 때도 다음날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내일도 분명 좋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몸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류현진이 던진 30개의 공은 모두 빠른 볼이었다. 스스로 제구가 잘 된 데 대해 흡족해했다. 그는 다음 불펜피칭에선 투구수를 좀 더 늘리고, 변화구도 시험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때만 해도 류현진은 자신의 복귀를 기다리는 한국 팬들을 향해 “최대한 빨리 마운드에 올라 한국 팬들의 아침을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2월 27일 재활 속도에 박차를 가하며 훈련을 소화하고 있던 류현진에게 이날은 좀 색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그동안 혼자서 불펜피칭을 했던 데서 벗어나 다른 투수들과 같이 불펜에서 공을 던지기로 예정된 것이다.

특히 올시즌 LA 다저스에 새로 입단한 일본의 마에다 겐타가 류현진 바로 옆에서 공을 던지게 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은 물론 메이저리그 현지 기자들도 두 선수의 불펜피칭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l ‘체인지업' OK! ‘변화구’는 시간 더 필요


이날 류현진은 다저스의 주전 포수인 A.J. 엘리스와 1년여 만에 배터리를 이뤘다. 지난 23일 이후 두 번째 불펜피칭에 나선 류현진의 투구수는 모두 35개. 첫 번째 불펜피칭 때보다 5개의 투구수가 늘어났고, 이번에는 이전에 예고한 대로 빠른 볼 뿐만 아니라 4개의 체인지업을 시험했다.

류현진의 공은 포수의 무릎 아래쪽으로 낮게 제구됐고, 빠른 볼의 제구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완벽한 코스로 들어갔다. 수술 이후 불펜에서 처음 던져본 체인지업은 다소 불안정했지만 변화구를 던져봤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만했다. 그는 불펜피칭에 대한 소감으로 “지난번보다 5개 더 던져 35개를 이뤘고, 체인지업도 4개 정도 시험해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제구도 괜찮았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와 릭 허니컷 코치는 류현진에게 모든 구종을 다 던져보라고 제안했지만 류현진은 체인지업만 던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류현진은 시간이 지나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전했다.

“아무래도 체인지업은 공을 패스트볼처럼 던지는 거라 부담이 없지만 손목을 비틀어서 던지는 커브 등의 변화구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약 3주 전부터 롱토스하면서 변화구를 조금씩 섞어서 던지긴 했는데 불펜피칭하면서 체인지업 외에 다른 변화구를 구사하는 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재활 속도가 좀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빠르진 않고, 주어진 스케줄대로 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음을 거듭 확인시켜줬다.

이날 인상적인 장면은 35개의 불펜피칭을 마친 이후 포수 A.J. 엘리스가 류현진을 크게 안아줬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투수와 포수가 주먹을 맞대거나 글러브로 인사를 표시하는데 반해 A.J. 엘리스는 따뜻한 눈빛으로 체격이 큰 류현진을 안으면서 마음을 내보였다. 류현진도 A.J.가 자신을 포옹한데 대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J. 엘리스는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한테 둘러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얼마든지 질문을 해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분 좋게 대답을 해나갔다. ‘친절한 이웃집 형’의 이미지를 하고 있는 A.J. 엘리스는 “올시즌 스프링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불펜에서 현진의 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이 지금 이렇게 돌아오기 위해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재활에 몰두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부상으로부터 후유증이 없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의 공을 다시 받는 것이 정말 기대된다. 그의 투구가 정말 효율적이었고, 과거에 던졌던 것과 매우 비슷한 정도의 투구를 보여줬다. 제구도 좋았고,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꾸준히 유지해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난 오늘 그의 공을 받게 돼 정말 즐거웠다.”

A.J. 엘리스는 불펜피칭을 마친 류현진과 뜨겁게 포옹한데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말 큰 포옹이었다.(웃음) 류현진이 불펜에 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부상을 당하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나도 류현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고, 그가 한 시즌 전체를 결장한 부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안다. 그건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감정적(정신적)으로도 여기 동료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한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밟았다고 생각한다. 그와 포옹을 하면서 얼마나 우리가 그를 좋아했고, 그가 경기장으로 돌아오기를 원했는지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류현진은 이날 모든 훈련을 마치고 퇴근해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검색하다가 A.J. 엘리스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오후 12시 정도 훈련이 끝나서 집에 돌아가면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류현진이다) 그는 기사들을 읽으며 또다시 작은 감동을 맛보게 된다.

“불펜피칭을 마치고 A.J. 엘리스가 내게 포옹해줄 때 솔직히 좀 놀랐었다. 그건 일반적인 포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의미 있는 포옹이었다. A.J.도 오랫동안 마이너리그에 있었고, 2년 동안 무릎이 좋지 않아 재활 기간을 거치면서 심적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재활하는 투수의 심정을 더 잘 헤아리는 것 같다.”


l LA다저스 감독 “류현진 등판, 서두르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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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장.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불펜에 올랐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릭 허니컷 투수코치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30개의 불펜피칭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중앙포토]

다시 2월 27일 류현진의 두 번째 불펜피칭 현장에는 눈에 띄는 ‘전직 메이저리그 선수’가 등장했다. 방송 촬영 차 애리조나를 방문한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우 해설위원이었다.

그도 한때는 메이저리그 투수로 마운드를 지배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오랜만에 마주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물론 그 안에서 재기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류현진의 노력은 그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류현진은 공을 던지면서 루틴을 똑같이 가져갔고, 템포가 끊어지지 않았다. 그건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레 공을 던지는 몸 상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체인지업을 4개 정도 봤는데 전체적으로 공을 낮게 던지려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류현진의 공이 볼이냐 스트라이크였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공을 던진 후 그의 표정이 밝은지를 살폈다. 정말 편한 마음가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김 위원에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다음의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상대가 류현진이 아닌 팬들이었다.

“류현진을 그냥 기다려주면 될 것 같다. 선수를 심리적으로 흔들지 말고, 선수가 조급해 하지 않게끔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본인의 루틴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나도 멀리서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3월 5일 류현진은 두 번째 불펜피칭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불펜피칭 다음날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던 그가 갑자기 공을 내려놓으면서 현지 취재진은 류현진의 몸 상태에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게 아니냐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상태에 대해 “아직 정상적인 프로그램에 복귀하지 못했다”면서 “선수는 던지고 싶어 하지만 서두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쓰림 증세가 가라앉으면 다시 던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단, 감독, 코칭스태프, 기자들이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때 류현진은 클럽하우스에서 동료 선수들과 탁구를 치고 장난을 치면서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까지만 해도 구단에선 류현진의 복귀시기를 5월 중순으로 내다보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시기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오늘까지는 여전히 현실적”이라고 답하면서도 “지금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최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은 대만의 왕첸밍이란 선수를 만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를 아는 팬이라면 2005년 뉴욕 양키스 입단 후 2009년까지 5년간 뉴욕 양키스에서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왕첸밍을 기억할 것이다.

2006~2007년, 2년 연속 19승을 거두며 특급 에이스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2009년 오른 어깨부상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지자 관절경 수술을 받았고, 2011년 7월 빅리그 무대에 복귀했다가 구속이 떨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였다.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아온 그가 올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나타나 3월 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93마일의 공을 뿌려댄 것이다. 89마일 대의 공을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93마일의 구속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앞으로 95마일까지 구속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선수가 수년간 노력 끝에 93마일의 스피드로 공을 던진 기분이 궁금했다. 1980년생의 왕첸밍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초청 선수 신분으로 이곳에 온 건 내 야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라며 비장한 각오를 내보였다.


l “‘통증’ 잊고 더 강하게 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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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류현진이 두 번째 불펜피칭 이후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상태에 대해 “아직 정상적인 프로그램에 복귀하지는 못했다”면서 “선수는 던지고 싶어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라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내 경험에 의하면서 수술 후 다시 마운드에 섰을 때 가장 큰 두려움은 통증이 재발될까 두려워하는 부분이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힘 있게 공을 던지려면 팀에서 만들어준 프로그램대로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왕첸밍은 수술 후 심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수술 이후 1년간의 재활을 하고 경기에 나갔는데 여전히 아팠다. 그리고 트레이너에게 여전히 아프다고 말했다. 당시 트레이너가 말하길, 내가 던지는데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면 던지는 걸 멈추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더 많이 던지고 싶으면 ‘통증’이란 단어를 잊고 더 열심히, 더 강하게 던지라고 말해줬다. 즉 그 트레이너는 수술한 투수들은 통증이 실제 수술 부위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왕첸밍은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은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하는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흔히 투수가 어깨 수술을 하면 사람들은 수술 이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얘기에 전혀 신경 쓰지 말아달라. 진심으로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다시 던지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면 그런 얘기는 조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기를 바란다. 난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여기에 왔다.”

3월 7일 류현진은 두 번째 불펜피칭 이후 현재 몸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투수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캠프 동안 20~30개의 공을 던지고도 뭉치는가 하면 또 어떤 선수는 50~60개의 피칭 후에도 멀쩡한 선수가 있는 것이죠. 전 어떠했냐고요? 아주 약간 뭉친 정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뭉침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 입니다.”

류현진은 자신이 아직 최선의 피칭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직 전력피칭을 하지 않았고, 서서히 몸을 만들어 가는 상황이라 주위의 바람이나 기대에 흔들리지 말고 제가 갖고 있는 루틴대로 페이스를 조절할 예정입니다.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가 있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그 말. 이전에는 너무 평범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그 문구가 절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류현진은 어느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재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새 메이저리그 4년 차 선수. 김선우 해설위원의 말대로 지금은 그가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당당한 모습으로 ‘불펜’이 아닌 ‘마운드’에 오를 수 있기를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려줘야 할 때인 것 같다.

-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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