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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좌담|대학입시 과목부터 줄여야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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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교육개혁심의회가 구성되는등 사회각계에서 교육개혁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산적한 문제 가운데 과연 어느 것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대학입시에서의 시험과목부터 줄여나가야 하겠다. 대학입시과목 축소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의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육개혁심의위원인 정원직교수 (서울대·교육학) ,이봉교교감 (서울우신고교) 과 학부모 윤정혜씨의 이야기를 듣는다.
▲윤정혜씨=큰 애가 고2인데 벌써 새벽에 학교에 갔다가 받중에 들어옵니다.
어제는그 애의 책가방을 들어보고 너두도 무거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학교에서 몇과목이나 배우는지요.
▲이봉교교감=현재 고등학교3학년은 인문계가 22개,자연계가 20개과목을 배웁니다.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공부하는1,2학년은 인문계가 25개, 자연계가 26개과목으로 오히려 늘어난 형편입니다.
▲정원권식교수=그렇게 오히려 교과목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교과과정이 개편되면서 과학과목이 물리I·Ⅱ,생물I·Ⅱ등으로 세분화되면서 과목이 늘어난 셈이지요.
▲윤=그러면 그 20개나 넘는 과목을 대학입시에서 전부시험을 보는지요.
▲이=전부는 아닙니다만 거의 다 본다고 할수 있지요.최근 3년간을 보면 대입과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83학년도에는 인문계·자연계 모두 체력장을 빼면 14과목이었습니다.그런데 84학년도에 들어 인문계에 국어Ⅱ, 자연계에 수학Ⅱ가 추가돼 15과목으로 늘었습니다. 이것이 다시 85학년도에 들어 인문계에 과학과목하나가 추가돼 16과목이 됐지요.
이제 내년입시에서는 또 외국어중 영어를 필수로, 제2외국어를 선택해야 하기때문에 인문계는 17개, 자연계는 16개교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정=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부담은 계속 눈덩이처럼 커지는 셈이군요. 올해는 더구나 논술이 추가되지 않았읍니까.
▲이=그렇습니다. 고교에서 배우는 것중 대학입시에서 시험을안치르는 것은 음악·미술·교련등 세과목 뿐입니다.
▲윤=정말 너무 많은 과목을 치르는것 같아요. 교과서와참고서등으로 우리 애의 3단짜리 책꽂이가 꽉 차고도 모자랄 지경이더군요.
▲정=학생들의 부담도 문제지만 교육적으로도 여러 과목에 걸쳐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얄팍한 지식만을 배우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윤=단순한 지식습득은 생활에도 큰 도움이 안된다고봐요. 오히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생활의 지혜를 깨우쳐 줄수 있는 생활교육과 정서교육·인간교육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동감입니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도 그러한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읍니다만 1, 2학년때에 한정되게 마련이지요. 3학년이 되면 당장 시험공부에 온정신을 쏟아야 하니까요.
▲윤=정말 아이들이 측은해요. 고등학교 3년간을 마치 대학입시라는 고삐에 코를 꿰인양 시달리고 있읍니다.
▲정=꿈을 키우고 정서를 개발해야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학과공부만이 전부가 될수는 없습니다. 자연을 배우고 사회를 익힐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그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고교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서 대학입시과목을 줄인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시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현재 1, 2학년생들은 새로운 교과과정에 의해 공부하는 학생들이므로 87학년도부터 바꾸는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제 아이도 예능계 지망생이지만 예체능계까지 그토록 많은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읍니다.
▲이=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할 일이 몇가지 있습니다. 현재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는 곧바로 일선 고교교육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과 고교교육정상화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입장에서 연구·검토돼야할 것입니다.
▲정=과목을 줄이면 고교교육 정상화에 지장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 고교교육 정상화란게 과연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러가지 과목을 표피적으로만 가르치는 것이 과연 교육정상화인지 의문이 갑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깊이있는 학습을 통해 사고력도 길러주고 인간적인 성숙을 피할수 있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대학입시과목을 줄이는 것이 고교교육 정상화를 저해한다는 논리는 타당성이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보탬이 되겠지요.
▲이=고교교육 정상화 문제를 폭넓게 보면 그렇지요. 어쨌든 현실은 임시과목을 줄일 경우입시에서 제외된 과목은 아무래도 소홀해지게 마련이지요.
▲정=그럴 겁니다. 따라서 줄이려면 대폭 줄여 ,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할수 있는 최소한의 과목만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5∼6과목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윤=시험과목을 줄이는 대신 고교에서의 내신성적 비율을 높인다면 시험에서 제외된 과목이 소홀해지는 폐단을 어느 정도 막을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정=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그동안 말썽도 없지는 않았지만 내신성적제도는 그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단계라고 봅니다. 따라서 내신제는 입시과목을 줄이는 문제로 인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과목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제도가 될 것입니다.
▲이=5∼6과목으로 줄일 경우 17과목을 보는 것보다 그 타당도가 상당히 줄어들톈데요.
▲정=물론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요. 이러나 최근 소개된 이론을 보면 현재와 같이많은 과목을 치러 선발하는 것과 과목을 줄여 선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이 되는 몇몇 과목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봅니다.
▲이=그렇다면 입시과목을 줄이는 방법은 어떤게 좋을까요.
▲정=대학에서 계열별로 나눠 그 계열 성격에 맞게 5∼6과목정도로 줄이면 될것입니다.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해당학과의 특성에 맞도록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할수 있는 과목으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조정, 사전에 발표토록 하는 방법이지요.
▲이=그렇게 하면 계열에 따라 중복되는 과목, 특성있는 과목이 있어 학생들이 미리 선택하며 학습하기에도 편리할것같습니다. 전에도 일부대학에서 계열별로 입시를 치렀지만 그계열별로 나누는게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단과대학별로,또는 거기에서 2∼3개 계열로 나누는 중계열별로 시험과목을 정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법이좋겠읍니다.
▲윤=계열별로 미리 시험과목을 정해주고 공부한뒤 자기적성에 맞게 응시한다면 현행입시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인 눈치작전도 어느 정도 예방할수있으리라고 보는데요.
▲이=그렇게 된다면 학교에서도 새벽부터 밤중까지 붙잡아둘 이유가 없지요. 특별활동시간도 활성화가 될 것이고 폭넓은 인간교육이 이루어질 것입니다.<정리=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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