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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일성 → 김정은 ‘주체사상 혈통’ 정리…인공위성 ‘광명성’ 끌어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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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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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을 통해 7일 입수한 『주체사상 원해설』 1~5권.

김정은 시대 들어 김일성 주체사상을 정리한 북한의 『주체사상 원리해설』을 중앙일보가 7일 입수했다.

본지 단독 입수 ‘주체사상 원리해설’
핸드북?형태로?제작된?건?이례적
책?후반부선?김정은?우상화?치중

5권으로 구성된 책은 2014년 2월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펴냈다. 문고판 크기로 분량은 권당 89쪽에서 143쪽이다. 책자를 통해 북한은 주체사상의 ‘혈통’을 정리했다. ‘김일성(창안)→김정일(번성)→김정은(심화발전)’으로 김정은의 역할을 규정했다.

고려대 남성욱(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북한 사회에서 ‘경전’처럼 떠받드는 주체사상을 핸드북 형태로 만든 것은 이례적”이라며 “낡은 사상이긴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도 주체사상이 북한 사회를 떠받치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총 5권의 책 제목은 각각 ▶주체사상은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인류사회를 밝히는 주체 홰불(횃불)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의 기본 ▶자주와 번영의 문은 선군(先軍)으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등이다.

제1권은 “주체사상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상”이라며 기본 개념을 소개했다.

2권에선 2012년 12월 쏘아올린 ‘광명성 3-2호기’를 주체사상과 결부시켰다. “인공위성이 자기 궤도에 들어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강력한 추진력을 얻어야 하듯 인류 역사도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길로 떠밀어 줄 수 있는 추동력이 있어야 한다. 주체사상은 그 추동력을 밝혀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론 위주로 집대성한 1985년판 『주체사상 총서』와는 달리 이번 책자는 과학기술 성과를 사례로 든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책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김정은 우상화’에 치중했다.

특히 제5권에선 ‘김정은 시대 강성국가 완성’을 자신했다. 5권 6장 ‘강국 건설의 미래’편에선 “지난 기간 투쟁을 통해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건설 목표는 점령했고, 이제 경제강국 건설이 남았다. 김정은 동지가 이끄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미래를 조선 인민은 낙관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책자는 “김일성 동지는 전 인류를 위해 주체사상을 내놨고, 김정일 동지는 무성한 숲으로 가꾸었다. 오늘 주체사상은 김정은 동지에 의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심화발전되어 나가고 있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선대 수령들의 사상과 위업을 100% 계승해 자주·선군·사회주의 길로 인민을 이끄시는 한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미래는 창창하다”고 주장했다.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독재이론과 3대 권력 승계를 합리화하는 체제 이데올로기로 변질됐다”며 “‘서랍 속의 낡은 사상’인 주체사상이 오는 5월 노동당 대회 때 이념적으로 어떻게 규정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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