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전 몰수승은 한국축구 최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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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가 쿠웨이트에 몰수승을 거뒀다. 이번 몰수승은 한국축구 최초 기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한국과 쿠웨이트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8차전 결과를 한국의 3-0 몰수승으로 확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FIFA는 지난해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단체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축구협회 자격을 정지시켰고, 이날 최종 몰수패를 결정했다.

쿠웨이트전 몰수승에 따라 한국의 역대 최다 무실점 기록도 1경기를 더하게 됐다. 지난달 29일 태국과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한국축구가 작성했던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은 9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로 바뀐다. 또 역시 최다였던 9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도 10경기로 늘어나게 된다.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기록이라 의미는 약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셈이다.

한국축구가 몰수승을 거둔 건 1948년 축구대표팀 출범 이후 68년만에 처음이다. 몰수승은 처음이지만 몰수패는 한 번 있었다. 1960년 4월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로마 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심판의 계속되는 편파 판정에 흥분한 한국 선수들은 0 -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페널티킥까지 선언당하자 급기야 심판을 폭행했다. 경기는 중단됐고 FIFA는 한국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몰수무도 있었다. 1987년 6월 10일 경남 마산의 공설운동장에서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한국과 이집트의 경기가 열렸다. 0-0으로 맞선 전반 29분 '6월 항쟁'에 나선 학생, 시민들이 경기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도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최루탄 연기가 축구장 안으로 들어와 양팀 선수들은 물론 심판, 관중들까지 눈과 코를 막은채 대피했다.

결국 대회본부는 경기 중단과 함께 몰수경기를 선언했다.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로 처리됐다. 경기장 내 관중의 난동이 아닌 경기장 바깥 인파의 시위와 최루탄 발사로 몰수경기가 선언된 건 세계 축구사에도 이례적인 사례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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