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페이퍼컴퍼니 두 곳…SKT 벤처펀드 관계자가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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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51)씨가 2012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중 일부를 SK텔레콤이 중국에서 운용 중인 벤처펀드 ‘CVC(SKT China fund 1)’의 운용사 관계자가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재헌씨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게 SK그룹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헌씨는 최태원(56) SK그룹 회장의 처남이다. SK그룹은 연루설을 부인했다.

스탠퍼드대 동문인 중국인 첸카이
SK그룹 "페이퍼컴퍼니와 무관"

6일 SK그룹과 SK텔레콤에 따르면 벤처펀드의 운용사인 ‘GP Co.’의 대표인 중국인 첸카이는 노씨로부터 지난해 페이퍼컴퍼니인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지시아이(GCI) 아시아’ 등 두 곳을 넘겨받았다. 두 회사 모두 실질적인 활동은 없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재헌씨의 스탠퍼드대 동문이기도 한 첸카이는 이와 별도로 노씨가 2007년 창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광고·게임업체 ㈜인크로스의 자회사인 인크로스인터내셔널의 지분 1%도 지난해 양도받았다. 두 사람이 회사를 수시로 주고 받을 만큼 절친한 사이이니 SKT의 펀드 운용자 선정 과정에도 재헌씨의 입김이 닿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여기에서 페이퍼컴퍼니와 SK그룹 간의 연관설도 제기된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는 “첸카이가 SK텔레콤의 펀드를 운용한다는 것과 노재헌 변호사가 설립한 회사의 이사라는 점만으로 SK와 페이퍼컴퍼니의 연관성을 추측하거나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CVC는 SK텔레콤이 2011년 8월 중화권 IT 투자를 위해 2000만 달러 규모로 설립해 운영 중인 펀드인데, 펀드를 운용할 인물을 찾다가 관련 분야 전문가인 첸카이를 영입한 것”이라며 “CVC는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로 두 사람의 친소관계는 펀드 운용자를 선정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두 사람이 아는 사이란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며 “노 변호사 역시 개인 일로 SK텔레콤과 그룹이 오해를 받게 돼 유감이라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수기·박수련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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