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국가 교류확대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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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르바초프」가 이끄는 소련은 앞으로 급격한 정치변혁과 경제개혁을 시도할것 같다고 워싱턴의 브루킹즈연구소 소련전문가「제리·하우프」교수가 12일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또 미소관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 소련은 한국·일본·대만 같은 신홍공업국과 통상관계을 확대하고 시베리아 개발에 이들 아시아국가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다.
그는 이미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의 개발성과가 소련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하고, 새지도자 아래에서 소련이 이들 아시아국가들에 어떻게 접근할것인지가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다.

<북방영토 돌려줘>
「고르바초프」의 당서기장 취임은 소련지도층 승계과정의 시작인가 끝인가. 더 이상 권력투쟁은 없다가보는가?
▲승계과정의 종막에 가깝다고 본다. 그가「체르넨코」사망 직후에 서기장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은 그가 지난1년동안 이미 자신의 세력기반을 상당히 쌓았다는 것을입증한다. 지금은 주변의 정치인들이 그의 승세에 편승하려 몰려드는 단계이지 그에게 저항하는 단계는 아니다. 소련지도자들은 또 금년 54세인「고르바초프」가 앞으로 오랫동안, 어쩌면 2l세기까지서기장 자리에 앉아 있으리라는걸 모두 잘 알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어떤 성향의 지도자인가? 그의 됨됨이가 어느 정도 서방측에알려져 있는가?
▲분명한것은 그가「타고난 정치가」란 점이다. 그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경제개혁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사회복지」나「사회정의」를 강조하고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은 소련지도부안의 신순세대 교체로 받아들여질수 있는 성격인가?예컨대 그가 자기세력을 다진다음「스탈린」시대의 유산을 떨쳐버릴수 있을정도의 입장에 있는가?
▲나는 그가 급속히「정치변혁」을 실시할 것으로 본다. 중공에서처럼 그는 농업부터 손댈 것으로 본다. 당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기술의 낙후성이다. 소련은 일본과 같은 시기에 공업화단계를 거쳤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전세계에 첨단기술 상품을 팔고 있는데 소련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소련은 이분야에서 심지어 한국·대만· 싱가포르 같은국가의 수준에도 미달했다.

<군축타결 힘들어>
소련이 기술적 낙후성을 탈피하려면 외부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는 수출전략을 짜야된다. 나는 앞으로 1년안에 소련이 중공식 경제개혁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고르바초프」아래에서 소련의 아시아 정책은 어떤 변화를 보일것으로 보는가?
▲「고르바초프」는 취임연설에서 미소관계를 크게 강조했는데, 이건 사실「그로미코」의 전담분야다. 만약 금년안에 군축협상에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미소관계는 크게 호전될 것이다. 그러나 「레이건」행정부가우주무기에 대해 합의할것 같지 않아, 합의가 이루어지지않을 경우 소련은 미국보다 서독·일본·한국등 중소규모국가와의 관계에 더 역점을 둘것 같다.

<개도국에 눈돌려>
그래서 금년안에 군축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일본에 북방도서서 내주고 시베리아개발에 아시아국가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등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외교상의 변화가 오면 미소 관계를 주도해온 「그로미코」는 밀러날 것이다. 소련이 한국에 대해서 문호를 열것으로 보는가?
▲한국등 아시아 개도국들의 경제개발 성는 이미 소련내 학자들이 사고방식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나는 소련이 앞으로 한국 ·일본등 아시아 공업국에 어떻게 접근해 올지 관심거리라고 생각한다. 소련이 그런변화를 추진하려면 많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야 돼겠지만 기술적 낙후성을 탈피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워싱텬=장두성특파원】

<「제리·하우프」교수 약력>
▲1935년생 (50세) ▲하버드대졸업 (국제정치학박사) ▲61년 터론토대교수▲68년 듀크대교수▲75년캘리포니아대교수▲현 브루킹즈연구소 소련문제연구원◇저서=『소련의 통치방식』『소련의 지방관리들』『소련과 사회과학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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