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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제치고…한국 발전기술 남태평양 선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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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발전업계가 남태평양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주(駐) 피지 한국대사관은 3일 “신재생에너지 원료인 ‘바이오 매스’를 이용한 발전 전문업체 짐코와 GS파워, 대우증권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 피지 전력청(FEA)으로부터 25년간의 민자발전 사업권을 획득했다”며 “피지 난보우 지역에 12MW급 발전소를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피지 전체 전력량(87MW)의 7%에 해당하는 공급 능력을 갖춘 해당 발전소는 내년 초 완공된다.

짐코 등 피지서 25년 간 사업권
주변 도서국가 진출도 유리해져

김성인 피지 대사는 “발전소가 완공되면 앞으로 25년간 피지 전력청에 매년 6만MWH 이상의 전기를 팔아 총 3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다”며 “중국과 인도가 정부 차원에서 공을 들여 온 피지 전력 시장을 우리 기업이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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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는 호주 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면적(1만8274㎢)은 경상북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100만 명 선에 그친다. 하지만 남태평양 일대 22개에 달하는 섬나라들의 맹주격이어서 신재생에너지·환경사업 등의 진출에서 중요한 곳이다. 특히 피지는 국내 총생산(GDP)의 13.3%를 화석연료 수입에 쓸 만큼 에너지 독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과 인도가 시장 진출을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피지에는 60개가 넘는 국제기구들이 있는데,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중심으로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대 인프라 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20억 달러(약 2조3344억 원)에 달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짐코를 비롯한 한국 발전 회사들이 비슷한 규모의 발전소를 4~5기 가량 더 지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 업체들이 피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30% 이상을 공급하게 된다.

‘바이오 매스’의 경우 석유·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달리 오염물질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력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원료인 나무 팰릿이 부족해 발전의 한계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는 피지의 국영기업 등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팰릿 조달에도 거의 비용이 들지 않을 전망이다. 짐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피지 정부와 함께 단기 속성 나무인 ‘글리리시디아’를 키워 일 년에 50만t의 팰릿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잘 풀린 건 아니다. 사업 초기에 피지 발전 시장을 선점하던 인도계 업체들의 견제가 심했다. 또 당시 현지 발전 사업자들은 턱없이 낮은 전력 공급가격을 피지 정부 측에 제시하며 타국 기업의 진출을 막으려 했다. 때문에 피지 정부는 “비싼 값을 제시하는 다른 나라 업체를 만날 필요가 없다”며 국내 기업과의 접촉을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구체적 근거를 들어 납품가 인상의 필요성을 피지 정부 측에 각인시켰다. 한국 대사관도 총리 면담을 통해 힘을 보탰다.

김 대사는 “이번 사업은 피지를 시작으로 남태평양 도서국에 한국의 에너지 사업 입지를 강화하는 탄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전력뿐 아니라 수산 양식, 담수화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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