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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령화 문제, 도쿄와 지방의 상생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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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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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일본 인구의 도쿄권 집중은 우리 못지않다. 지난해 10월 현재 3613만 명이다. 전체 인구(1억2711만 명)의 4분의 1 이상이 도쿄도와 사이타마·지바·가나가와현에 살고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지난 5년간 50만 명이 늘었다. 도쿄 출산율(1.15)은 전국 평균 1.42를 밑돌지만 지방의 젊은 층을 흡수했다. 도쿄 일극 집중-지방 소멸 얘기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도쿄권도 늙어가고 있다. 5년 전 다섯 명에 한 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자가 2020년에는 네 명 중 한 명을 넘는다. 2050년에는 다섯 명 중 두 명꼴이 된다. 문제는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다. 지난해 397만 명에서 10년 후 572만 명으로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후기 고령자 증가치(175만 명)는 전국의 3분의 1에 이른다. 세계 어느 나라, 지자체에서도 없었던 초고령화 규모와 속도다. 의료와 요양 시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입원과 요양 수요는 후기 고령자 수와 비례하지만 시설이나 돌보미가 턱없이 모자란다. 아베 내각이 2단계 아베노믹스의 핵심 과제로 부모 요양을 위한 직장인 이직 제로(0)를 내건 것은 그만큼 고령자 돌봄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실험이 기초단체에서 시작됐다. 도쿄도 스기나미구(區)가 지방의 자매단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시즈오카현 미나미이즈정(町)에 요양 보험용 특별양로원(베드수 100개)을 짓고 있다. 우리에게도 관광지로 잘 알려진 이즈 반도의 최남단이다. 두 단체의 연계는 서로에 이익이다. 스기나미구의 특별양로원 입주 대기자는 1240명이다. 구내에 베드수 100개 시설을 지으려면 부지 확보에만 약 200억원이 든다고 한다. 반면 미나미이즈정에선 부지 비용이 20분의 1로 준다. 스기나미구는 예산 절약분으로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출 계획이다.

인구 8700명의 미나미이즈정엔 둘도 없는 기회다. 인구와 관광객이 줄어온 터였다. 100명 입주용 양로원이면 7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지자체 직원이 125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식자재 구입 등을 포함하면 해마다 20억~3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건립하는 양로원은 절반만 스기나미구가 활용한다. 전체 대기자에 비하면 숨통을 트는 정도지만 고령화 문제 대처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시권에 몰려올 초고령화 쓰나미, 지방의 인구 감소와 재정난을 고려하면 상생(相生)의 시도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미국 통계국 조사가 최근 나왔다. 우리는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수도권은 과밀화, 지방은 과소화됐다. 나라의 틀인 인구 동태가 일그러져 있다. 나라가 부자도 되기 전에 늙고 있고, 고령자가 의지할 사회보장도 쉽지 않다. 지금 지혜를 짜내고 행동에 나서야 나라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오영환 도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