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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의 타협 절대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잇단 독극물투입협박의 집중적 표적이돼 한국의 모리나가사인양 온국민의 동정어린 관심을 한데 모으고 있는 해제제과.
국내 식품·제과공업의 대표기업중 하나인 해태제과는 창업40년만의 이 어처구니없는 비상사태에 별수없이 「총동원」의 태세였다.
일요일인 지난24일에 보도 강남형사장이하 전직원이 출근, 보이지 않는 범인과의 정면승부준비에 부산하게 움직였다.
2층 사장실에서 강사장도 줄담배를 피워물고 진두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유독 해태제과에 협박편지가 집중되고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동정과 함께 의아심을 갖는것 같습니다. 단순히 돈때문이 아니고 원한관계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해태제과가 어느사회보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있는 친숙한 기업이기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인들의 입장에서는 바로 그점을 회사의 약점으로 이용하자는 계산이겠지요. 그러나 협박은 저희회사뿐 아니고 다른 회사에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회사가 처음에 범인들이 노린대로 국민들의 신뢰에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공개를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실수로 판단하고 그뒤부터 모든 것을 공개하면서 저희 회사에만 협박이 몰리는것 같을지 모르지만 다른 회사에도 공개되지 않을 협박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저희 회사에 원한관계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아다시피 저희 회사는 창업40년동안 권력이나 특혜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직 소비자인 국민들의 사랑으로 10원, 1백원씩 푼돈을 모아 오늘을 이룩한 기업입니다.
-지난번 1차협박사건때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않고 범인요구대로 돈을 입금한 때문에 비난이 많았었는데.
▲그땐 정말 괴로웠읍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같이 해태는 전적으로 우리소비자 국민들이 만들어준 기업인데 기업윤리를 뿌리치고 소비자를 배신했다니 얼마나 기막힌 비난입니까. 오직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치지않고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자는 충정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 뒤 계속되는 협박편지등 사태의 진행은 애초 저희의 판단이 잘못이었던 것으로 판정났습니다. 그래서 그뒤부터 모든 것을 공개하고 당국·소비자와함께 공동투쟁을 펴기로 한것입니다.
-혹시 사태해결이 늦어지면 또 범인과의 타협론이 대두되지 않을까요
▲그런일 절대 없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사주가 아니고 월급장이 경영인 사장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해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점이 많습니다만 범인과의 타협을 있을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확정된 방침입니다. 식품업계도 이일이 전체업계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공동대처해야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협조가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담당직원이 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배달된 편지봉투를 내놓을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고 깜짝놀랄 정도였습니다.
70년 해태제과에 입사, 사장에 오른 강사장은 4년전 끊었다가 사흘전부터 다시피우기 시작했다는 담배를 비벼끄며 경영실적이 떨어지면 크라이슬러사를 살린 「아이아코카」의 「월급 1달러」처럼 자신의 월급부터 1원으로 깎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털어놨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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