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로 300억 벌어 불법 '사무장병원' 차려

중앙일보

입력

 입금액 기준 2조 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300억원대 수익을 올린 뒤 ‘사무장병원’까지 차린 도박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도박 조직 20명 적발 93억 압수

경찰은 특히 이들에게서 현금 33억 5000만원과 6억원 상당의 외제차·고급시계, 조직원들의 전세자금 26억여원, 해외 카지노에 보관된 칩 27억원 어치 등 총 93억50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1년 김제 마늘밭에서 돈뭉치 110억원이 발견된 이후 도박 수익 환수로는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홍콩·마카오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장·운영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조직 총책 신모(43)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1명은 불구속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4명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 일당은 2013년 H도박사이트를 개설한뒤 불법적으로 얻은 4850만건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홍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1만7000여명이 사이트에 가입해 ‘바카라’, ‘블랙잭’ 등 도박게임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일, 기념일을 맞은 회원들에게 외식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회원관리가 철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도박 사이트에 입금된 돈은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총 2조6000억원, 수익은 300억원대로 추정됐다. 신씨는 불법 수익으로 시가 4억6000만원 상당의 고급 스포츠카 ‘애스턴마틴 뱅퀴시 볼란테’, 벤츠 등 외제차를 구입하고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수억원대 전세금을 현금다발로 지급하기도 했다.

신씨는 또 번 돈 일부를 현행법상 금지된 ‘사무장병원’ 설립에 썼다. 자금 은닉 및 재투자 차원에서 의사 이모(31)씨를 고용해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에 척추질환 전문병원을 설립했다. 경찰은 이씨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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