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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1인자, 여기자 폭행 혐의로 기소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선 경선의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캠프 1인자가 여기자 폭행 혐의로 29일(현지시간) 기소됐다.

플로리다주 주피터 경찰은 이날 트럼프의 선대본부장인 코리 르완도스키(42)에 대해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의 미셸 필즈(28)의 팔을 잡아 끌어당긴 '단순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미국 언론이 트럼프에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캠프 1인자의 기소는 트럼프 진영에 큰 타격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돌적이고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헤어스타일만 다른 트럼프 복사판'으로 불리는 르완도스키가 일을 저지른 건 지난 8일 밤 10시쯤. 미시간·미시시피·하와이·아이다호의 4개주에서 열린 경선 중 3개주에서 승리를 거둔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던 때였다.

필즈가 트럼프 옆에 바짝 달라붙어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 뒤를 걷던 르완도스키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필즈의 팔과 옷을 잡아 뒤로 잡아당겨 필즈를 트럼프에서 떼어놓았다.

이후 필즈가 트럼프 측에 항의하자 사건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르완도스키는 트위터에 "난 당신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 그녀는 완전히 망상하고 있다"고 잡아 땠다. 그러자 필즈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손가락 모양으로 멍이 든 자신의 왼쪽 팔 사진을 올린 뒤 "그렇다면 이 멍은 마술이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회사 측이 자신 편을 들지 않는다며 사표까지 냈다.

이에 트럼프는 "그녀가 이야기를 꾸며낸 것 같다"고 조작설을 퍼뜨렸다. 잡아당긴 것은 르완도스키가 아닌 경호원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르완도스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공개된 회견장 부근 보안 카메라에서 르완도스키가 필즈를 잡아당기는 영상이 확인됐다. 필즈 옆에 있던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필즈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언을 했다.

이날 르완도스키의 기소가 발표됐지만 트럼프는 끝까지 르완도스키를 감쌌다.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필즈가) 달려들면서 나의 팔을 붙잡고 질문을 해 나도 떨쳐내려 했다. (르완도스키는) 그녀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녀는 당초 '잡아당겨져 넘어질 뻔 했다'고 주장했다. 그게 맞았다면 난 단 2초 만에 르완도스키를 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테이프를 보면 그녀는 (넘어지기는커녕)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플로리다주 주법은 '폭행(battery)이란 실제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뜻에 반해 건드리거나(touch), 치는(strike) 행위'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측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의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이날 "트럼프 캠프는 개인에 대한 공격, 언어 폭력에 이어 이제는 물리적 공격에 기초하고 있다"며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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