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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집세…2.4m 길이 상자 월세가 46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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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코위츠가 친구 집 거실에 만든 주거용 상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피터 버코위츠(25)는 고민에 빠졌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려 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기상천외한 선택을 했다. 샌스란시스코 선셋 디스트릭트에 있는 친구의 아파트 거실에 나무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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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코위츠가 친구 집 거실에 만든 주거용 상자

버코위츠가 이달 초부터 3주째 거주 중인 이 상자는 길이 243㎝, 넓이 106㎝, 높이 137㎝다. 그는 일본식 캡슐 호텔(수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1인용 호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상자를 제작했다. 내부에 침대와 책상을 비치했고 조명은 작은 LED 전구로 해결했다. 벽에는 방음 시공을 해서 소음을 차단했다. 버코위츠는 "비록 상자라도 디자인만 잘 하면 얼마든지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 상자는 내가 살아본 침실 중에서 가장 아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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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코위츠가 친구 집 거실에 만든 주거용 상자

버코위츠는 이 상자에 살면서 친구에게 매달 400달러(46만원)을 지불한다. 상자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총 1300달러다. 미국 부동산정보업체 줌퍼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방1칸짜리 아파트 월세는 평균 3670달러(423만원)에 달한다. 버코위츠는 "상자에 산다는 게 어처구니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짜 어처구니 없는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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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 모인 버코위츠(맨 오른쪽)와 친구들

버코위츠가 상자에 살기로 택한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내줘야 할지 몰라서 내버려두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공간에 상자를 만들어 임대하는 것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집에 여분의 공간이 있는 사람은 그 공간을 활용해 돈을 벌고, 실용적인 주거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그 공간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현재 버코위츠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주거용 상자 제작 의뢰를 받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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