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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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 유년이 숨어사는 뒷산 진 솔밭으로
연푸른 바람 불어 흔들리는 고향 하늘
꺾어 문 풀피리 불며 산을 내려오던 그 봄.

칡덩굴 벋어 가는 보릿고개를 채 못 넘기고
큰누이 열일곱에 학암리를 떠나던 날
어머님 돌아선 채로 속눈섭 살 적신 하늘.

고추 널린 지붕 둘레 잠자리떼 수를 놓는
하늘은 문득 날개짓으로 .파닥이고 있었다.
소년이 쫓던 그 가을 연붉게 꿈이 익고.

연각사 삼십리 길 아득한 눈발 너머
산기슭 환한 자리 아버님을 모신 겨울
고향은 산자락 멀리 돌아눕고 있었다.

<약력>▲1945년 경북 군위출생 ▲78년 『시조문학』지 추천완료 ▲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 ▲81년 2인 시조집『덧니』출간 ▲영남시조문학회 회원. 『옥류』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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