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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뭐 필요해요?" "미래 준비는?"…AI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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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에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텐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기 어려워요. 우리 때처럼 좋은 학교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뉴스 볼 시간도 없는 2030을 위한 '지식충전소'
29일 대학로서 열려

“전 인문대 재학생인데, AI와 경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 건가요?”

“기자 지망생인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무서웠어요. 기사도 컴퓨터가 쓰는 세상이 곧 오겠구나 싶어서요. 영국에 갈 건데 AI를 공부해야 할까요?”

29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 대학로분원에서 AI를 주제로 열린 강연회 ‘지식충전소’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70여명 참석자 대부분은 AI와 직접 관련 없는 분야의 종사자거나 대학생이었지만, 궁금증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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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을 누른 알파고와 공존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이날 강연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9구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며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놀란 사람이라면 강연에서 오간 이야기를 정리한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① “AI는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이 가진 무엇”…정아람 본지 바둑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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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도, 기도(基道)는 두 가지에요. 평정심과 반전무인(盤前無人).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평정심이에요. 반전무인은 바둑판 앞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라는 뜻인데, 상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바둑을 두라는 말입니다. 비단 바둑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죠.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잖아요. 인간이 기계에 졌다고 바둑의 이 가치가 훼손될까요?

이번 대국의 승자는 알파고에요. 이세돌 9단은 패자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 9단에게 열광합니다. 왜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에요. 이번 대국에서도 드러났죠.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할 수 없으니 직관과 감각으로 바둑을 두고, 체력과 컨디션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이 9단이 3번의 대국을 연달아 졌잖아요. 3번째 대국이 끝나고 나서 주변 프로기사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편하게 둬.’ 하지만 이 9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한 판이라고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았죠. 대국을 하면서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깨달은 이 9단은 인간이 바둑에서 컴퓨터에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대요.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체스처럼 바둑도 컴퓨터에 정복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9단은 끝까지 도전했죠. 그리고 4국에서 승리했고요.

제가 이번 대국을 취재하면서 느낀 건 바로 이거에요. 불완전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도전 그 자체. 이게 AI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아닐까요.”

② “몬테카를로 방식에서 지도학습ㆍ강화학습까지, 쉽게 알아보는 알파고의 원리”…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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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97년 IBM의 AI 딥블루와 인간의 체스 대결을 보고 전자공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10년 뒤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 나간 AI 왓슨 프로젝트에도 참가했어요. 그래서 이번 대국을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인공지능이 경우의 수를 읽는 방식은 두 가지에요. 무작위대입(Brute-Force) 방식과 몬테카를로 방식. 무작위대입 방식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겁니다. 아주 비효율적이죠. 여기서 발전한 게 몬테카를로 방식, 무작위 표본 추출 방식이에요. 선거 때 여론조사랑 비슷합니다. 전수 조사를 못하니까 샘플을 뽑아서 조사하잖아요.

요즘은 스마트폰 체스 게임 앱도 다 사람을 이기거든요? 몬테카를로 방식 덕분이에요. IBM 딥블루는 무작위대입 방식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검토했다면 스마트폰 앱은 표본만 추출해서 경우의 수를 계산하죠. 알파고도 이 방식을 채택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요. 경우의 수를 더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알파고는 사람을 흉내 냅니다. 프로 기사들은 모양을 보고 바둑을 둬요. 모든 수를 다 읽는 게 아니고요. 알파고는 내 돌이 있는 곳은 1, 상대방 돌이 있는 곳은 -1, 돌이 없는 곳은 0으로 인식해서 패턴을 읽어요. 그리고 이런 모양에서 고수는 여기를 두더라 하는 걸 학습하죠. 고수가 둔 모양이 나오도록 방정식을 찾아가는 거에요. 이게 바로 지도학습, 정책네트워크에요.

이렇게 한 뒤엔 강화학습을 합니다. 사람이 둔 기보를 보고 학습하는 게 아니라 혼자 바둑을 두면서 이 자리에 두면 이기는구나, 그럼 이 자리의 가중치를 더 주자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걸 가치네트워크라고 불러요.”

③ “구글은 왜 AI를 개발하나:구글과 AI 그리고 한국”…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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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글에서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을 했는데요, 2년 전 나와 창업했어요. 이번 대국 이후 구글이 왜 AI를 개발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구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AI를 해왔습니다.

창업 당시 야후와 구글을 비교해볼게요. 야후는 디렉토리 검색을 해요. 사람이 웹페이지를 찾아서 이걸 하나하나 지정해주는 거에요. 그때만 해도 웹페이지가 몇 개 안되니까 가능했죠. 야후는 ‘웹페이지가 늘어봤자 얼마나 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구글은 엄청나게 늘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자동화하려고 했죠. 그러려면 가중치를 둬서 좋은 검색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AI가 필요해요.

이번 대국으로 AI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잖아요.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기술이 발달하려면 생태계가 중요합니다. 학교와 기업, 그리고 정부로 구성된 생태계요. 학교는 학문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가를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 특히 스타트업ㆍ벤처는 혁신을 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죠. 한국의 스타트업은 혁신보다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 거 같아서 아쉬워요. 그리고 정부는 기업과 학교를 잘 도와야 해요. 때때로 정부가 직접 학교처럼, 기업처럼 하려고 하는 거 같을 때가 있는데 그래선 안 됩니다.”

④ “인문계생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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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멋쟁이사자처럼에서 지금 1000명이 넘는 인문계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쳐요. 근데 사실 컴퓨터 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컴퓨터공학 전공했는데, 성적이 다 D, F 에요. 컴퓨터를 너무 못해서 전과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성적이 나빠서 전과를 못한대요. 성적이 좋으면 왜 전과를 하나요? 학교에 따져도 안 된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만든 게 학교의 강의 평가 사이트에요. 당시엔 굉장히 혁명적이었죠. 감히 학생이 교수에게 평점을 주다니. 한 달 만에 전교생이 가입했어요. 사실 이 프로그램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약간의 코딩 실력을 갖추니까 전교생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거죠. 이게 코딩의 매력이에요.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지도 만든 것도 그래서고요.

저 같은 사람한테 컴퓨터를 얘기해보자 싶어서 차린 게 멋쟁이사자처럼입니다. 처음엔 학교에 포스터 9장 붙였는데 200명이 왔어요. 이중 30명을 가르친 거고요. 이때 코딩 배운 불문과 학생이 학내 온라인 투표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올해는 4기를 1000명 뽑았는데요, 알까고 만들어보려고요. 알까기 하는 알파고를 만드는 거에요. 사람이 바둑 돌 치는 거랑 기계가 치는 거랑 대결도 하고요. 아프리카TV로 중계도 해보려고요.

과거엔 노예가 있었잖아요. 지금은 대신 수많은 컴퓨터가 노예로 일을 해줘요. 그래서 컴퓨터를 배우면 좋죠.”

⑤ Q&A

초등학교 교사에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텐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기 어려워요.
체스에선 이제 AI는 사람의 기보를 안 봐요. 볼 가치가 없거든요. 세분화된 문제로 가면 컴퓨터가 사람보다 창의적이에요.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만 둘 수 있어요. 사람은 어떤가요? 바둑도 두고 체스도 두고 퀴즈도 풀죠. AI도 못하는 건 이렇게 여러 개를 결합하는 거에요. 그래서 교육도 상상력ㆍ창의력이 중요합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마션을 영화로 보면 상상할 필요가 없지만 책으로 보면 주인공이 만든 각종 기기들을 상상하잖아요.(감동근 교수)
전 인문대 재학생인데, AI와 경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 건가요?
멋쟁이사자처럼에도 수료증을 발급해달라는 학생이 많아요. 다 거절해요. 내 능력은 성과로 보여주는 거지 그런 자격증이나 수료증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이두희 대표)
기자 지망생인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무서웠어요. 기사도 컴퓨터가 쓰는 세상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요. 영국에 갈 건데 AI를 공부해야 할까요?
전 사회학 전공인데, 한문학을 이중전공했어요. 친구들은 다 경영학을 택했는데 전 한문학이 재밌었어요. 다들 ‘너 취업 안 할 거야?’ 그랬죠. 근데 입사할 때 보니까 아니에요. 한문학을 전공하니 오히려 차별화가 됐죠. 취미로 주말에 화실 다니며 그림을 배웠는데 제 그림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어요. 남들 다 하니까, 유행이니까 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세요.(정아람 기자)
초중고 교과목에 코딩이 들어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초중고 12년간 영어를 배웠는데 미국에 갔더니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 영어로 대화가 안 되는 선생님한테 배워서 그래요. 수능을 위한 영어를 배운 거죠. 코딩도 그렇게 될 거에요. 코딩 못하는 선생님한테 배운 코딩 못하는 학생이 넘쳐나겠죠. 시험만 잘 보는. 스스로 진짜 필요하다고 느낄 때 배우면 됩니다.(이두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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