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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리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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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봄은 음악과 함께 왔다. 서둘러 틔운 벚꽃망울이 음악당 가는 길을 맞아줬다. 25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를 주말에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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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아키 스즈키

마사아키 스즈키는 원전연주 합창음악의 거장임을 입증했다. 26일 밤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바흐 ‘마태수난곡’에서 백발을 휘날리며 혼신의 힘을 다한 지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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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 현을 장착한 바로크 바이올린, 엔드핀 없이 다리에 끼고 연주하는 바로크 첼로와 비올라 다 감바 등 바흐 콜레기움 재팬의 고악기 소리는 인성과 어우러져 순수함을 빚어냈다. 하이라이트는 알토 아리아 ‘긍휼히 여기소서(Erbarme dich)‘였다. 악장인 료 테라카도의 애절한 바이올린과 카운터테너 아오키 히로야의 절창이 예수 수난의 아픈 장면을 생생하게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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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브루넬로

27일 오후 3시 콘서트홀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의 공연도 수준 높았다. 첼로 협연과 지휘는 마리오 브루넬로가 맡았다. 1986년 이탈리아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다.

슈만 첼로 협주곡 Op.129에서 브루넬로는 큰 붓 같은 기교와 낭만성을 들려줬다. 틈틈이 활과 손으로 뒤쪽 오케스트라에 지시를 내렸다. 앙코르는 슈만이 현악 오케스트라 합주용으로 편곡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 중 사라방드였다. 첼로에서 오케스트라로 선율이 번져가는 듯했다. 브루넬로는 바흐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를 추가로 연주했다.

2부의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은 베이스가 추가된 현악 5중주를 뒤에 배치했다. 지저귀는 목관과 선명한 현악이 어우러졌다. 일본 도시의 아스팔트 색깔처럼 깔끔하고 짙은 앙상블이었다. 조반니 솔리마의 ‘첼로, 생동하다!’는 브루넬로와 슬로바키아 첼리스트 루도비트 칸타가 협연했다. 꿈결 같은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 두 첼로가 대화를 나누거나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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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로는 “17세기의 블루스를 들려드리겠다”며 콜롬비의 ‘파사칼리아’를 즉흥연주했다. 각 악기별로 하나의 선율 내지 동작을 할당해 두드리거나 현을 그으면서 라벨의 ‘볼레로’처럼 완성시켜 나갔다. 브루넬로와 칸타는 아르메니아 민요도 들려줬다.

27일 오후 7시 30분 블랙박스에서 작곡가 필립 글래스와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가 대담했다. 사이사이 글래스가 자신의 작품 ‘Mad Rush’, ’Metamorphosis 2‘, ’The Piano Etudes‘를 직접 연주했다. 연주는 투박했지만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글래스는 볼티모어의 레코드점 아들이었던 어린 시절 안 팔리던 쇤베르크 4중주 음반 이야기, 나디아 불랑제와의 만남, 로버트 윌슨과 ‘해변의 아인슈타인’의 탄생,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잡’을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청중에게는 동시통역기가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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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글래스

앞선 26일 5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필립 글래스 앙상블의 ‘미녀와 야수’ 공연이 열렸다. LG아트센터 공연과 동일했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연주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폐막공연에선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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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 통영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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