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까지의 며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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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세일정이 대충 끝나고 투표일이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금품살포등 타락현상도 한층 기승을 부릴것 같다.
대체로 공명선거의 가장 위험스러운 기간이 막바지 며칠이라는것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당선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보자들은 이 며칠 사이에 있는 힘과 돈을 다 쏟게 마련이다. 매수·매표와 같은 불법을 서슴지 않는것도 바로이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표일까지의 며칠은 선거의 공명여부가 판가름되는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어느 선거구 할것없이 푸짐한 공약에다 각종 물건이 나돈다더니, 이제는 후보들의 이름까지 박은 선물이 집집에 배달되고 있다는 소문조차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국민의 신성한 주권을 금품으로 매수하려는 행위는 어느것이건 다 나쁘지만 그중에서 가장 비열한것은 이른바「봉투작전」이다.
현금을 돌리는 행위는 그 매수의도보다 양심을 비뚤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탈법행위 보다도 악질적인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선거제도·선거법 밑에서 법을 어기지 않고 선거를 치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서로가 탈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나 운동원들은 서로 눈을 감아주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의 선거풍토로 미루어 음식제공·흑색선전을 아주 혼절시키거나 실제로 그런 행위를 법적차원에서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현금공세만은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때마침 경찰은 파출소마다 1건 이상씩 금품수수·음식대접 사례를 적발하라고 지시했다. 내거는 취지는 막바지에 예상되는 과열·타락의 방지에 있다고 한다.
그럴수록 경찰은 중립적인 입장에시 공정한 단속을 펴야한다. 여당의 불법·탈법은 눈감아주고 야당의 위반사례만 적발한다면 당장 부작용이 생길뿐 아니라 선거후유증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 때마다 말썽이 되는 원인의 하나는 일부 공무원의 과잉 충성에 있다. 당장엔 가장 충성스런 행위로 보이는 일이 상사에게 두고 두고 큰 누를 끼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명분이야 어떻든 경제의 단속이 편파적이란 인상을 주면 과잉충성이란 지탄을 면치못한다. 그런 단속은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선거를 치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명한 분위기다. 일부 타락풍토를 방지한다고 해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선거운동마저 위축시기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러나 선거의 타락을 막는 마지막 열쇠는 유권자가 쥐고 있다. 선심공세는 상대를 경멸할때 동원되는 수단이다. 유권자를 존중한다면 그런 비열한 방법은 쓸수 없다..
흔히 주는것은 받되 표만 제대로 찍으면 될게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처음부터 받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투표에 임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떳떳한 자세다.
지연·혈연까지도 물리치고 냉정하게 한표를 던져야한다면「무리」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돈 몇천원, 세숫대야같은 물품에 받아넘기기에는 자신의 인격과 주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는 생각은 한번쯤 해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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