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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유승민의 총선,김종인의 총선

중앙선데이

입력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4·13 총선의 막이 올랐습니다. 새누리당은 후보등록 마감일(25일)까지도 한번의 막장 드라마를 추가했습니다. 어제 5곳의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던 김무성 대표가 한발 물러서 그중 두 곳의 공천을 인정하는 '막간극'을 벌였습니다. 그렇지만 대구 동을(유승민)·서울 은평을(이재오)·송파 (김영순)를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둬 세 곳에선 이미 탈당한 세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써 공천을 둘러싼 막장 드라마도 막을 내리게 됐지만, 골수 지지자들조차 "투표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며 등돌릴 정도로 민심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여야의 공천 파동을 관통하는 키 맨은 유승민 의원(무소속)과 김종인 대표(더민주)입니다. 두 사람의 향후 행보가 총선의 판도와 명암을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됐다는 점에서 4·13 총선은 어쩔수 없이 '유승민의 총선'이고,'김종인의 총선'이 돼버렸습니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는 총선기간 내내 두 사람의 입과 발걸음에 쏠릴 것입니다. 두 사람이 어디를 가고 누구의 지원유세를 벌일 것이며,어떤 말을 쏟아내느냐에 따라 '표심'이 요동치고 선거 판도가 출렁댈 것입니다. 유 의원은 범여권 단일후보가 돼 당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측근들을 얼마나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쏠리게 될 겁니다.'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 그 틈을 놓칠리 없습니다."국회와 정치권이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를 구해내려는 애국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경찰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이렇게 일격을 가했습니다. 유승민 의원과 김종인 대표는 동병상련의 처지입니다.'혈혈단신'으로 거대 패권에 맞서고 있다는 것, 각각 친박패권과 친노패권을 넘어서지 못하면 총선 이후 정치적 입지와 위상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점에서 차라리 '동지적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탈당 데드라인을 1시간 남겨놓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 의원은 헌법 1조2항(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언급하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유 의원을 반강제로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렸을 때 헌법 1조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언급했던 것의 연장선상이죠. 비장함이 서린 탈당 회견장의 뒤 벽면엔 새누리당 로고를 대신해 '대구의 힘! 대구의 미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지요.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정치적 성지(聖地)와 같은 곳입니다. 그런 대구에서 '포스트 박근혜'를 향한 포문을 연 것이니 '유승민 홀로서기'의 출사표이자 사실상의 선전포고인 셈입니다.'대구의 선택'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유승민 효과'가 강렬할수록 반작용도 커집니다. 만약 총선 후에도 친박 패권이 새누리당의 중심 세력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유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더 노골화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대선 가도가 지금보다 더 지독한 가시밭길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에도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위원회의 표결로 '김종인표 비례대표' 명단이 가위질당한 수모를 겪은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을 받는 선에서 타협을 했지만 중앙위 표결 파동을 거치면서 김 대표 마음속엔 문 전 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칩거중,문 전 대표와 만난 김 대표는 "당신 주변 사람 하나 맘대로 못해서 어떻게 큰 일을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합니다. 문 전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약속하고도 '보이지 않는 손'을 내세워 이를 번복하려고 한데 대해 서운함을 표출한 겁니다. 정체성 논쟁은 두 사람이 근원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김 대표가 '운동권 색깔을 빼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문 전 대표는 '운동권 배제는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심지어 비례대표 공천을 "민주주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라고 추켜세우고,정청래 의원의 공천 탈락을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두 사람이 총선에선 역할 분담이 가능할지 모르나 대선 국면에서도 '오월동주'가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스스로 '킹'이 되려는 문 전대표와 '킹 메이커' 그 이상을 꿈꾸는 김 대표의 길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번주 중앙SUNDAY는 전국적 관심지로 떠오른 대구의 민심을 생생히 보도합니다. 유 의원과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측근들,이를 보는 대구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경을 전달해드릴 것입니다. 또한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적대적 공생' 이 빚어내는 파열음,총선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드립니다. 또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와 뒷얘기도 준비돼 있습니다.? 지난주 중앙SUNDAY에 실렸던 가수 박인희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 올드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어느날 돌연 미국으로 떠난뒤 소식이 감감해 죽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던 추억의 그녀가 들려주는 지난 시절의 이야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박인희는 말합니다."나이드는게 좋다.71세의 나이가 편안하고 좋다. 세월이 지난후의 더 초췌해진 모습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입니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파머끼 없는 긴머리를 늘어뜨린 '나이든 박인희'의 사진이 볼수록 정겹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동률 교수는 "세월이 너무 빨리 갔다. 그녀의 노래를 듣는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코끝이 찡해진다. 그녀도 많이 늙었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던 소년도 귀밑에 서리가 내렸다"고 썼습니다.[관련기사] 김동률의 심쿵 인터뷰..35년만에 돌아온 '목마와 숙녀'의 가수 박인희? 이세돌-알파고 대국의 패배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분들에게 프로 바둑기사 5단의 실력자인 문용직 기사의 대국 결산 기사를 권합니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우리가 잊고있었던 혹은 몰랐던 바둑의 세계를 깊이있게 짚어냈습니다. 문 기사는 "한국 사회는 무의식적인 경계에 휘둘렸고 정신적 충격까지 받은 듯한데 그것은 오리엔탈리즘의 반향에서 오는 상실감 때문"이라며 에고에 갇히지 않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관련기사] 알파고와의 대국, 창의력이 아니라 계산서 승패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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