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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각자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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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본인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 말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반기’를 겨냥한 것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각자의 정치는 오늘도 계속됐습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김 대표가 ‘도장을 못 찍겠다’고 했던 5곳 중 3곳(대구 동 갑·달성·수성 을)에 대한 공천을 결정했습니다. 탈당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 을)에는 공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친박, 비박의 타협입니다.

타협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도 낳았습니다. 유 의원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면서 유 의원은 큰 전투 없이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게 됐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20대 총선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는데, 갑자기 존재감이 줄어든 셈입니다. 노림수였는지, 어부지리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분명한 건 각자의 정치가 빚어낸 결과라는 것입니다.

각자의 정치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게 박 대통령과 유 의원, 각자의 정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나마 미국판 막장보다 낫다는 게 오늘은 위안이긴 합니다.

미국에선 어제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반라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같은 당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를 지지하는 단체가 선거전 광고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자신의 부인과 크루즈의 부인 사진을 나란히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미모에서 크루즈의 아내가 자신의 아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죠. 각자의 정치에는 국경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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