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9단의 신수(23.25)로 파도치는 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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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0국
[제2보 (18~27)]
白.李 世 乭 7단 | 黑.曺 薰 鉉 9단

현대 정석들을 옛 명인들이 보면 아마도 기절초풍할 것이다. 우하의 복잡한 변화는 21로 마무리됐는데 이것이 바로 한국형 정석이자 21세기 정석의 하나다. 야릇한 귀굳힘이 신기하다.

오랜 세월의 정법은 온데간데 없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개발된 정석을 배우느라 급급했던 한국바둑이 이젠 계속 새 정석을 만들어내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그걸 수입해간다. 세상이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이세돌7단이 22로 걸쳤을 때 조훈현9단이 난데없는 신수를 들고나왔다. 22에 대해 A로 받으면 흑B로 벌리는 것이 보통의 흐름. 그런데 曺9단은 23으로 근거를 뺏은 다음 25로 협공해버렸다.

검토실의 프로들은 "심하다"하면서도 曺9단의 변치 않는 상상력과 호기심, 대담한 승부기질에 대해서는 찬사를 금하지 못한다. 이세돌에 당한 8연패, 그리고 도전자 결정국이란 점을 감안할 때 조심스러워야 마땅하건만 그는 과감하게 신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도1' 백1로 붙이면 백7까지가 예상된다. 曺9단은 이때 8로 넘는 수가 C의 공격을 보는 재미있는 수라고 느꼈다. 국후 曺9단이 토로한 '신수'의 배경이다.

'참고도2'처럼 백1, 3으로 강하게 틀어막는 것은 어찌될까. 흑은 4로 잇고 동태를 살핀다. 이때 백이 5로 버티며 흑의 연결을 차단하고 나서면 바로 전쟁이 시작된다.

"바꿔치기도 각오하고 있었다"고 曺9단은 말한다. 흑 넉점은 쉽게 죽지 않는 돌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버릴 각오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曺9단의 기세가 이세돌에게도 전달이 되었을까.

李7단은 26으로 낮게 파고 들었는데 이 수가 당장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흑의 주문'참고도1'도 피해가는 날카로운 수법이었다. 曺9단은 27로 가볍게 차단했는데….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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