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시 9일 만에 가입자 70만 넘어…신탁형이 99%·평균 가입액 49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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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내부 회의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옥동자’라고 부르곤 한다. 상품을 출시하기까지 국회와 관계 부처를 오가며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옥동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출산 후유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열 경쟁, 불완전 판매 논란도

가입금액이 적어 깡통계좌가 될 우려가 있다거나 금융회사의 판매할당 등 과열경쟁과 불완전판매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나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초기에 혼란이 있었지만 (ISA가) 안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4~22일간 ISA 가입자는 70만6672명, 거의 대부분인 70만1411명(99%)이 신탁형을 선택했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약 49만원이었다. 소비자가 신탁형을 대거 선택한 것은 소액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분산투자 규제가 없어 예금·특판·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편입하기 쉬운데다 수수료가 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처장은 “ISA는 장기상품이어서 적립식 가입이 일반적”이라며 “급여일 또는 여유자금 발생시 이미 개설된 계좌에서 납입금액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점차 계좌수보다는 자금유입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물론 영업망이 넓은 은행이 사전 판매를 많이 한 것도 신탁형이 초기 판세를 장악한 또 다른 이유다.

금융위는 일임형 ISA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임형 ISA 온라인 가입(4월 초), 은행의 일임형 ISA 판매 개시(4월), 상품·수익률 비교공시(5월), 계좌이동 시행(6월) 등으로 ISA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은 “금리가 낮은 예금보다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는 것이 ISA의 절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ISA 편입을 노리고 만기를 ISA에 맞춰 4.5년으로 하는 상품도 출시됐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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