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창작에 도전한 일본 인공지능…문학상 1차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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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구름이 드리운 잔뜩 흐린 날이었다. 방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그리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단편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의 일부다. 소설의 제목처럼 인공지능(AI)이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었다.

마쓰바라 진(松原仁) 공립 하코다테미래(はこだて未?)대 교수 연구팀은 4년 전부터 추진해온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 보고회를 21일 도쿄에서 개최했다. 이날 소개된 4편의 단편 소설은 일본의 유명 SF 작가 호시 신이치(星新一)를 기념하는 ‘호시 신이치’ 문학상 공모전에 출품됐다. 수상은 못했지만 일부가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소설 창작 인공지능은 사토 사토시(佐藤理史) 나고야(名古屋)대 교수가 개발했다. 먼저 사람이 ‘언제’, ‘어떤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다’는 등의 요소를 소설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한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관련된 단어들을 자동적으로 골라내 “흐리다. 방안은 쾌적하다”는 식으로 문장을 완성한다. 만일 인공지능이 바람이 강한 날씨를 선택한 경우엔 “창문을 꽁꽁 닫아둔 방” 등 문맥상 자연스러운 표현이 이어진다. 연관성 있는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

소설 창작에는 크게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생각해 내야 하고 그 스토리에 따라 문장을 완성시켜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스토리 구상은 완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공지능은 문장을 지어낼 뿐이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2년 안에 스토리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사토 교수는 “인공지능이 처음부터 소설을 창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수천 자에 이르는 의미 있는 문장을 쓴 건 큰 성과”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마쓰바라 교수도 “현 시점에서 소설에 대한 기여도는 인공지능이 20%, 사람이 80%”라며 “단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사람이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그 창작 활동의 구조까지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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